冬至 팥죽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절기로 지키지는 않지만 재미로 팥죽을
끓였다
엄마가
끓여줘 먹었던 어린 시절을 느껴 볼까 해서
나름 신경 써 끓였는데 이불 같이 덮는 사람이
맛없단다
새알을 안
넣어서
나는 대번에
배가 불러 그렇다고 면박을 줬다 그렇지 않은가
어린 시절에는 시래기 국밥도 입에
달았는데
하물며
팥물에 찹쌀로 죽을 끓였는데 맛없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엄마 한 그릇 나 한 그릇
먹고
아들은 이따
먹는다고 하지만
먹어 보나 마나 빤하다 맛없다고 말할 것이 라면
맛보다 먼 팥죽 맛이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즐겁다
어린 시절엔
커다란 가마솥에다 소죽만큼이나 많이 끓여
한 양푼 퍼 두었다가 동지섣달 긴긴밤 이불
밑에서 먹었던
식은
죽 맛 추억이 있으니까
며칠을 두어도 상하지도 않았던
팥죽
그러나 이
죽은 내일 저녁이면 그냥 맛이 갈 것이다.
그 때 그 죽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