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공원
하늘 마주 보는 정수리에는
작년 푸름을 깔고 누운
잔디로 폭삭하고
강 건너서 온 석양
첫봄 산수화에 앉는데
3월의 노을도
10월 만큼이나 붉어
마주 보고 있기를
눈물 날 때까지 했네
9월
뭐가 급해 이리
뛰어 오듯 오는가
추석까지 껴 데리고
이리 오니 어쩔 수 없이
배추도 뛰고 과일도 뛰고
명절음식 장만하려는
내 심장도 쿵쿵
저나 천천히 올 것이지
오늘이 그 날인데
들녘엔 태양이
이마엔 땀방울이 타던
유월 십오일
엄닌 보여주었제
첫 세상을
살라고
죽고 죽고 낳았으니
꼭
살아야 한다고 했제
이제 잊었나 보네
잊을 것은
외고 외더만,
올 들어 처음 운
맴 맴 매 하더니
조용하네
이도 끊겼나 보네 필름이
가을비
발갛게 익은
감 잎사귀를 붙잡고
달려있을 땐 숙여 보고
떨어지면 올려보며
운다 섧게
그러다
젖은 날개 잠자리도
파닥거린다
흥건히 고인 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