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고3 하덕향
입이 있으면 말을 해야지
이놈아!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너에게 맡기기가 부담스러워지잖아
까까머리 군데군데
땜통이 우스꽝스러웠던
중학교 시절
어슬프게나마 사랑을 알았던
그 마음 옮겨 놓은 편지 한 통을
조심스레 너의 입에 넣는다.
읽지마! 읽지마!
당부하고 또 당부했지만
뒤돌아 걸어가다
다시 돌아보면
빨개진 얼굴이
내 편지를 읽었구나
내 마음을 읽었구나.....
부끄러움에 뛰어가다
그 애도 너의 얼굴처럼 붉어졌으면
작은 기대에 부푼 마음
너는 알겠지.
너는 알았을 거야.
빨간 우체통이 빨간 이유....
시를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요? 자신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입니다.
"까까머리 군데군데 땜통이 우스꽝스러웠던 중학교 시절"의 시인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추억, 그 설렘과 부끄러움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요. 첫사랑의 고백을 빨간 우체통은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참 멋진 발상입니다. "그 애도 너의 얼굴처럼 붉어졌으면" 이라고 한 표현에서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행여 누군가에게 들킬가 봐 뒤돌아 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