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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카 아다다


봉천동 산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린

나의 조카 아다다

첫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아다다의 집을

귤 몇 개 사들고 찾아가서 처음 보았다

말없이 수화로 이어지는 어린 딸과 엄마

그들의 손이 맑은 시내를 이루며

고요히 나뭇잎처럼 흐르는 것을

양파를 푹푹 썰어넣고

돼지고기까지 잘게 쓸어넣은

아다다의 순두부찌게를 먹으며

지상에서 가장 고요한 하늘이 성탄절처럼

온 방안에 가득 내려오는 것을


병원에 가서

청력검사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아다다

보청기를 끼어도 고요한 밤에

먼데서 개 짖는 소리 정도만 겨우 들리는 아다다

대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들처럼

신호등이 반짝이도록 만들어놓은 아다다

불이 켜지면 아다다는 부리나케 일어나 대문을 연다


애기아빠는 타일공

말없이 웃는 눈으로 인사를 한다

그는 오늘 어느 신도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일을 붙이고 돌아온 것일까

아다다의 순두부찌개를 맛있게 먹고

진하게 설탕을 탄 커피까지 들고 나오며서

나의 어린 조카 아다다의 손을 꼭 잡았다

세상을 손처럼 부지런하게 살면 된다고

봉천동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아다다의 손은 계속 내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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