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훌쩍 어디론가 가고 싶어지면 가는 곳에
가을이 와 있었다
가면 반겨주는 이것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두어 시간 걷다가 온다
은빛으로 가을 준비를 하고 있던 억새와
마주하고
목화 꽃을 만나 반가웠다 목화 열매 다래도 만져보고
부풀린 솜털도 만져보고 색깔이 다른 목화 꽃도
보았다
그리고 갈대가 흔들리는 호숫가를
돌아왔는데
팔월에 보았던 나뭇잎이 푸름과 누름으로
엉클려
가을
색도 여름 색도 아닌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늦게 심은 벼도 고개를 숙이고 논 가에
핀 봉숭아도 마지막
꽃을 달고 햇빛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