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피었습니다
내 고향 남해는 유자, 비자, 치자가 특산물로서
사철 바닷바람이 작은 내 몸을 휩쓸고 갈 듯 불었었지
꽃잎이 두꺼운 동백꽃도 피었었지
대밭 집 뒤꼍 커다란 동백나무에
다섯 장 꽃잎이 한 덩어리로 툭 툭 떨어지면
나무 밑엔 핏물이 낭자한 것처럼 붉었었지
집주인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
발걸음 소리를 숨겨 뒤꼍을 돌아가면 우리를
못 본 체 해주셨지 꽃잎 한 치마 주워담아 슬금슬금 나올 때까지
주워온 동백꽃 뻥 뚫린 속 꽃 새로 지푸라기 실 스윽 슥 껴
목이 쑥 들어갈 만한 동그라미로 끝을 묶으면
가슴 가득히 차는 꽃목걸이 메달이 되었었지
그 동백꽃이 부산 고향 언니네 마당에 올 들어 처음 피었다고
전달이 와 인터넷 바람 타고 내려가 나무 달린 채 내방으로 모셨다
빨간 것이 싱싱하고 탄탄하여 만지작만지작 오래된 내 기억을 그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