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살이, 詩집 살이 (여시고개 지나 사랑재 넘어 심심 산골 할머니들의 시)
의미 / 김막동
남편이 죽으믄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믄 가슴에 묻는다
눈사람
어렸을 때 만들어 본 눈사람
크게 만들고 작게 만들고
숯뎅이로 껌정 박고 버선 씌워 모자 만들고
손도 없고 발도 없어 도망도 못 가는 눈사람
지천 듣고 시무룩 벌서는 눈사람
눈 /김점순
눈이 사뿐사뿐 오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사뿐사뿐 걸어오네
산중의 밤 / 도귀례
늙은께 뼈다구가 다 아픈지
한 발짝이라도 덜 걸을라고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가난 / 박점례
젖 떨어진 동생에게 준 흰 밥이
어찌나 맛나 보여 먹고 잡던지
그대 이름은 바람 / 안기임
애기 젖 먹여 놓고 오장 상한께
날마다 산으로 갔지
한 달 한 달 해 놓은 나뭇단이
설움만큼 높게도 뒷담에 쭈르라니 쟁겨졌지
좋겠다 / 양양금
인자 허리 아프고 몸이 아프고
몸이 마음대로 안된께 마음이 쎄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빤듯이 걸어가니 좋겠다
나는 언제 저 사람처럼 잘 걸어 갈끄나
눈 / 윤금순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뇌성 / 조남순
뇌성이 때글때글해서 고양이 만기로
가만히 앉어 있었어 어찌나 무섭던지
큰동서 / 최영자
이날 평생 길쌈해서 적삼 하나 얻었더니
남을 줘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