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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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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저 여자 물오른 나무였다 너른 숲이 앞마당이었고

그늘을 빠져나온 햇살이 목들미를 당기곤 했다

어느 날 새소리 사라지고 지문으로 누운 여자 손끝이 젖어 있다

여자는 흑 백 선로 위에서 바다를 읽는다

한없이 떠밀려가던 여자 건반 위로 일어선다

선로의 들숨날숨이 뜨거워진다


계단은 여자 앞에 완강하다 얼기설기 엮인 폐타이어 끝을

잡고 오른다

가끔은 단간을 잡고 쉬기도 하고 사내의 등을 빌려 걷기도 한다

가파른 발끝에 각이 선다


입술이 잠긴 흑백 건반 우탕탕탕 파열음을 낸다


오후 4시 다시 시작 하고싶은 시간 숨소리로 일어서는 여자

접힌 길을 편다

요란하게 붉은 울음 쏱아내며 단숨에 한 옥타브 뛰어 오른다


잠시 휘청거리던 여자


지문을 밟고 천천히 음계를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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