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타는 남자
컴퓨터 앞에 어정거려
저리 가! 칵, 손으로 밀어냈다
방 밖엔 남자가 플라스틱 파리채를 들고
구석구석을 후비고 다닌다 모기야 날아 봐~! 하며
전자 모기 채는 방에 한 대 마루에 한 대 주방에 한 대
세 대씩이나 두고
바람을 내며 방 사방을 모기 찾아 다닌다
지금은 시월 말 이놈의 모기는 가을도 안 타나 봐
틈만 있으면 들어와 파리 체질을 하게 한다
이 남자 젊었을 때도 모기 울음은 가만 안 뒀었지
기어이 잡고서야 잠을 청했었지
어느 여름밤 모두 잠에 빠진 시간에 기도했단다
모기 울음소리를 듣고
주님 모기를 보여주세요!
잡아야 잠을 자고 내일 일을 갑니다
제발 모기 좀 보여주세요!
아멘 하고 보니 눈앞에 모기가 붙어있더란다
모기만 잡으면 생각나는 일
지금 칠십 하고도 셋인데 아직 한 번도 모기를 이겨본 일이 없다
나는 힘 없어도 모기는 이긴다
빨갛게 피를 퍼가도 꿈쩍도 안 한다
모기 잡는 남잔 힘세다 모기 채가 부러질 정도로
그런데도 모기에는 쩔쩔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