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쳐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거기에 토해 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이다
그가 전 생애를 걸고
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 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 봉투처럼
** 부침글 **
시인은 벤치에 누워있는 취객의 외연과 내적 속성을 진정성 있게 섬세하게 읽어내고있다 취객이 가진 본질을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이라고직관한 후 그의 상태를 탁월하게 시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거다" 아니 그는 자신을 거기에 토해놓은 거다" "먹고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이다"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드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와 같은 표현들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취객이 취한 암담한과 편안함을 직관적인 관찰과 사유로 적절하게 표현했기에, 읽는 순간, 맞아 그 취객은 지금 몸도 마음도 그런 상태에 놓여있을거야
하고 공감하게된다. 하린의 [시클]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