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 아래 새로움은 없다
첫째, 시의 제재는 모든 것들이다
그러나 좋은 시의 제재가 되는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인간과 관련된 것들이다 문학은 '인간' 학이다 인간에대한 탐구의 결과물로 문학이 존재한다
그래서 개별 인간의 정서나 개별 인간의 속성을 비유적으로 나타낼수 있는 모든 현상이나 사물이 시의 제재가 된다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 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ㅡ 공광규, (소주병, 전문,) 실천문학 2004.
엎드려야 보이는
온전히 몸을 굽혀야 판독이 가능한 典이 있다
서 있는 사람의 눈에 읽힌 적 없는
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
묵언의 수행자도, 맨발의 현자도 온전히 엎드려야만
겨우 몇 글자를 볼 뿐이다
어느 높은 빌딩에서 최첨단 확대경을 들이대고
글자를 헤아리려 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일찍이 도구적 인간의 탄생 이후
밤새 달려야만 수평선을 볼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바닥은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졌던 것이다
온전히 걷지 못하는 사람들이
울긋불긋 방언을 새겼던 것이다
ㅡ 박해림, (바닥 경전 부분), 나무아래서, 20011,
공광규 소주병은 아버지라는 고달픈 삶을 소주병이라는 대상물에 전이 시켜 형상화 한 작품이고
바닥 경전은 노숙자를 바닥의 경전을 읽는 존재로 인식하여 내밀한 그 의미를 들여다 본 작품이다
이 시들은 모두 소외당한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면에서 시적인식이 비슷하다
2 '아 이거다' 하는 순간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개별화자로 볼 것
누군가가 써버린 모티브라고 실망하지않는 것
자기 정서나 경험 개별정서가 간절한 개별화자를 만들어내는것이다
일반화된 화자 시인의눈을 우선 버려야 한다
시인의 눈으로 보면 개별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잡아 낼 수 없다
철저한 화자의 눈으로 대상과현상을 바라보고 경험해야한다
자기 안에 든 수많은 화자들을 다양한 특수성을 가진 화자로 꺼집어내 분리해야하고
다양한 화자들을 능수능란한 화자들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3 경험의 확장이 필요하다
시의 씨앗은 직, 간접적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경험은 시를 쓰는 사람의 지각과 감수성을 자극하여 심미적인 단초를제공 한다
그것이 모두 개별화된 화자에게 전달되어경험이 시를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준다 그럴때 *경험을 100프로 그대로 시화시키려는 태도를 갖는다면, 시 쓰기에 대단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시는 경험의 진실성을 따지는 장르가 아니다 (형상의 진실성을 묻는 장르다) 예를들어 ** 전쟁에서 동료가 죽는 것을 보았다고하자 이경험은 너무나 비극적이고 생생한 경험이다 그러나 경험이 적절한 상상적체험을 만나 확장되지 못한다면 (언어적 표현 능력 이전 단계에서)그 경험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게된다 그러니 비극적 상항을 극대화 할 수있는상상적 체험을 통해 정황을 바꿔야한다 다리가 잘리거나 내장 기관이 파손된상황으로 바꾸거나 동료가 아니라 아이가 죽은 상황으로 바꾸거나 장소나 시간을 바꾸거나 수루탄이나 포탄 같은 화력 상황으로 총을 맞은 사람을 300년된 당산나무로 바꾸거나 상상적 체험을 다양하게 바꿔야한다
살아있는 날것을 독자에게 날것으로 인식시키려면 우선 시인과 화자의 필요하다고 했다 그럴때 철저히 시인이 화자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시인을 주도해야한다 시쓰기 과정에서 시인은 아예 뒤에 있어도 상관없다
오직 화자의 입장에서 화자의 정서로 솔직 담백하게 확장시켜나가야한다 화자의 정서에 시인의 가치관이나 의식을 투과시켜서는 안 된다 이것은 사실과 비 사실의 문제가 아니다 비사실의 시를 썼더라도 그 안에 화자가 절실하게 느끼는 정서가 살아 있다면 그것을 족한것이다 그러니 신선해지도록 경험이 더욱 깊어지도록 내밀하게 재발견하고 재구성하는것에 인색할 필요가없다 (추가적으로 필요한것이 미미한 관계성이다 화자와 타자 대상사이에 있을 수 있는 관계의 의미망을 섬세하게잡아내란뜻이다) 예, 평소에 내 자존심을 건드린 상관이 부상을 당했다 치면, 부상당한 상관의 미묘한 감정이 시적 정황속에 도사리게 된다 '적이다, '아군이다', 하는 이분법적인 정서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이간의 본성과 본질을 암시하는 미묘한 정서가 자리한다 그처럼 개별화자의 고뇌와 정서를 다양한 층위로 접근하여상상적 체험을 진지하게 풍부하게자시만의 시각과 태도가 반영된 시를 쓸 수 있다
어쩌면 벽에 박혀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중략)...........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ㅡ 김경주 ㅡ, (못은 밤에 조금씩 깊으진다, 부분,
김경주 시인의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에서는 생활 속에서 못을 경험한 화자가 등장한다
중상층이나 서민의삶을 살아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못을 직, 관접적으로 경험했을것이다
박아보았거나 옷을 걸어보았거나 만져보거나 빼복나했을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경험을
시에 그대로 쓰지 않고 못의 경험을 확장한다 확장을 위해 먼저 못의 외연과 내적 속성을 섬새하게 진지하게 읽어냈을것이다 못의 입장에서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하다보니 어쩌면 자신도 못이거나 못을 품고 사는 존재가 안닐까 하는 생각에 닿았을 것이다 21세기 도시 공간에선 벽에 박힌 돌출된 못을 발견하기란 쉽지않았을것이라 낡은 여관이란 공간을 상상적 체험으로 가져온다 (물론 이경험이 실재일 수도 있다 아니라는 전제하에 분석했다) 저렴한 숙박업소인 여관 은 수많은 인년들이 머물다가는 공간으로 화자가 발견한 못은 일반화 된 못이 아니라 개별화된 못이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고 있는 개별화된 못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허공에 조금 씩 떠 있다가, 밤에 몰래 휘진다,
시인은 철저히 못 입장에서 못과 밀착되어 섬세하게 체험을 했기에 쓸 수 있었던 표현이다
'밤에 몰래' 휘는 속성을 가진 개별화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화자의 위치와 태도이다' 화자의 재구성된 경험 맥락 속 시공간에 거주하면서 관찰하고 사유해야한다는 것이다
4 극단까지 가서 만나는 단 하나의 장면을 최종 선택하라
개별자를 만들고 상상적 체험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독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극단까지 몰고 가는것이다.
지배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극단까지 가서 시를 써야 자신만의 간절한 시를 만날 수 있다
극단까지 가는 방법은 화자가 가진 트라우마, 상처, 아픔, 고독, 외로움등을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시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적 체험을 아무리 풍부하게 해도 고만그만한 시만 써지게 된다 극단의 지점을 향해 화자의 입장에서 끝까지 가야한다 그 지점에서 분열되고 찢기고 흩어지고 재구성된 자기 자신을 만난후 지배적으로 다가오는 본질적인 정서와 감정을 시화시켜야한다 무조건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 발짝 더 밀착하여 정서가 내밀하게 와 닿는 울림을 주는 시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나는 남자와 자고 나서 홀로 걷는 새벽길
여린 풀잎들, 기울어지는 고개를 마주하고도 울지 않아요
공원 바닥에 커피우유, 그 모래 빛 눈물을 흩뿌리며
이게 나였으면, 이게 나였으면!
하고 장난 질도 안 쳐요
더 이상 날아가는 초승달 잡으려고 손을 내뻗지도
걸어가는 꿈을 쫓아 신발 끈을 묶지도
오랜지쥬스가 시큼하다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아요, 나는 무럭무럭 늙느라
.......................................중 략..........................
추억은 칼과 같아 반짝 하며 나를 찌르겠죠
그러면 나는 흐르는 내 생리혈을 손에 묻혀
속살 구석구석에 붉은 도장을 찌으며 혼자 놀래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벽 길들이 내 몸에 흘러와 머물지
모르죠,해바라기들이 모가지를 꺾는 가을도
궁금해 하며 몇 번은 내 안부를 묻겠죠
그러나 이제 나는 멍든 새벽길,휘어진 계단에서
늙은 신문 배달원과 마주쳐도
울지 않아요
ㅡ 박연준, '얼음을 주세요, 부분,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창비 2007
박연준 시인의 얼음을 주세요,는 화자의 트라우마를 극단까지 몰고 간 후 만난 정서를 솔직 단백하게 그려낸 시다
시 속의 남자는 분명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오는 남자다 원치 않은 섹스를 한 화자는 '남자와 자고 나서 홀로' 새벽길을 걷는다 그럴때의 정서를 화자는 적극적으로 발화한다 '여린 풀잎들, 기울러지는 고개를 마주 하고도 울지 않아요/ 공원바닥에 커피우유, 그 모래 빛 눈물울 흩뿌리며/ 이게 나였으면, 이게 나였으면, 하고 후회에 가까운 정서를 표출한다 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항을, 늙은 봄, 새벽길' 로 규정했다 그러니 추억은 칼과 같아 반짝 하며 찌를 것이다.
화자에게 이제 모든 것이 권태롭고 시시하다 더 이상 날아가는 초생달 잡으려고 손을 내뻗지도/ 걸어가는 꿈을 쫓아 신발 끈을 묶지도 않는다 두려움도 사라졌다 휘어진 계단에서 늙은 신문 배달원과 마주쳐도/ 울지 않는다 그저 '무럭무럭 늙어가는 감정에 젖을 뿐이다. 박연준은 첫사랑의 실패나 성폭행 원조교제 등을 암시하는 상항에서 나타난 개별화자의 어두운 부분을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를 썼다 그것처럼 화자의 체험을 극단까지 몰고가 만나는 정서를 솔직하게 시에 표출해야한다 이제 '무엇을' 에 대한 강의는 끝났다
수행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