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역 /최종천
난 놀고 있는 꼬마들을 보면 차를 멈추는 버릇이 있지만
차에서 내리지는 않는다.
민들레가 딱 한 송이 피는 곳에선
민들레를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려야 한다.
그곳이 민들레 역이다.
색맹은 대번에 민들레와 병아리를 구별하지만
색맹이 아닌 사람은 간혹 혼동할 때가 있다.
민들레 역은 역시나
찔레 역 다음에 있는 것보다
간이역이나 사평역 다음에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민들레라는 쉼표 하나가
디딤돌처럼 놓여 있다.
디딤돌은 걸림돌이다.
나비 한 마리 민들레에 걸려서 쉬고 있다.
그림자 / 최종천
그림자는 세 가지를 증거한다,
내가 유령이 아니라는 사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내가 나라는 사실,
그림자 없는 것들은 모두 허깨비다.
나는 사랑의 그림자를 본 일이 없다.
나는 그리움의 그림자를 본 일이 없다.
나는 희망의 그림자를 보지 못 하였다.
그것들은 해와 함께 있지 않는 것,
나 있을 동안의 해와
그림자 있을 동안의 해
해가 만들어주는 그림자는
존재의 춤이다.
작년에 찍었는데도 새봄이 되면 처음 본 듯 찍어댄다.
그랬는데 시는 딱 한 편 "경이로운 삶" 내 시집 "날씨 흐려도 꽃은 웃는다" 19쪽,
최종천 시 민들레 역을 읽으면서 나는 어찌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한 번에 반해버렸다. 시집을 구매하고 1집부터 4집까지 읽었다. 4집은 신간으로 1집을 중고서점에서
어렵게 구했다 값 또한 새 책보다 비싸게, 두 권은 돌려줘야 하니 먼저 읽고 나머지는 두고 읽을 것이다
최종천 시인은 시집을 말아 등을 긁는다고 했다 등을 긁어주는 것이 시라고 한다" 등을 긁다"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9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