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夕 날
어제가 말복이고 오늘이 칠석날이다
어제까지 대가리가 따갑도록 폭염이 괴롭혔는데 태풍이 오면서 그만 밤 기온이 23도로 나가떨어졌다
별시리 잠을 안 자고 이런 글이라도 써야 잠이 올 것 같아 끄적인다
七夕 뭐 저녁이 일곱이라는 건지 한문으론 이렇게 생겼고 어설픈 기억으론 칠석날엔 견우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인데 그것도 1년에 단 한 번 어릴 적 기억으론 이들의 두 별이 만나는 걸 보겠다고 멍석 마당에서 잠들어버린
일이 있는데 늘 먹거리가 궁할 때라 명절엔 먹는 것을 기대했지 그래서 모시밭길 울타리에 열린 애호박을 따와
시커먼 무쇠솥 뚜껑 뒤집어 걸어놓고 지글지글 기름 냄새를 피우면 이집 저집 모깃불 연기가 하늘에서 서로
몸을 붙여 올라가기도 했는데 그리고 밤이슬이 옷을 적시도록 안 자도 즐거웠는데 엄마는 이제 칠석도 잊었다
텔레비전에 눈을 놓고 나는 냉장고에 있는 건 호박뿐인데 칠석인 것은 나만 안다
부침이 해달라고 하면 어쩌나 해서 그리 저리 넘기고 이제 밤인데 이글은 왜 쓰는 줄 모르겠다
가짜 글쟁이 어떤 시인이 자기는 가짜 시인이라고 했다 그것을 보니 가짜라고 하지만 진짜같이 느껴져
나도 가짜라고 하고싶어졌다 이밤 칠석이 넘어가기전 부침이는 못 해줬어도
뭐라도 써야 잠이 올 것 같아서다 몇 자 칠석을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