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가 읽은 (690)

https://lby56.blog.me/221379453945 스크랩




690-체게바라할머니_(1).jpg




체 게바라 할머니

 

이영식

 

신내동 굴다리 지하 차도

폐휴지 리어카에 매달린 노파

깡마른 어깨와 굽은 허리를 티셔츠로 감싼 채

자동차 줄줄이 세워 서행으로 끌고 있다

때 절은 검은 티셔츠 위에 프린팅된 체 게바라

젊음도 혁명도 놓치고

무너진 젖무덤을 소금꽃으로 덮고 있다

꿈은 꿈으로 끝날 뿐이야

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어

체는 노파를 노파는 리어카를

리어카는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다

정글이 따로 없다.

 

 

체 게바라는 쿠바 출생으로,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의사의 길이 아니라 사회의 병을 고치는 혁명가가 된다. 피델 · 라울 카스트로 형제와 만나 쿠바에서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는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라틴아메리카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꿈으로 쿠바를 떠나 남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볼리비아 혁명 당시 정부군에 잡혀 마흔도 되기 전에 생을 마감했다. 붉은 배경에 베레모를 쓴 그의 얼굴은 전 세계적으로 혁명의 아이콘이 되었고, 이 이미지는 여러 상업광고에 쓰였다.


690-체게바라할머니_(2).jpg


이영식의 시 <체 게바라 할머니>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프린팅한 옷을 입은, 폐휴지 줍는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시는 그 할머니의 행색을 묘사하는데 바로 신내동 굴다리 지하 차도 / 폐휴지 리어카에 매달린 노파깡마른 어깨와 굽은 허리를 티셔츠로 감싼 채리어카를 끌고 간다. 리어카는 차도로 가니 뒤따르던 차들이 서행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를 시인은 자동차 줄줄이 세워 서행으로 끌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입고 있는 것이 바로 체 게바라 얼굴이 프린팅 된 티셔츠이다. 이를 때 절은 검은 티셔츠 위에 프린팅된 체 게바라라 하는데, ‘젊음도 혁명도 놓쳤다는 말은 혁명만 생각하면 체 게바라의 이야기 같지만, 실은 할머니의 삶이 그랬다는 것이다. 바로 젊음도 잃고 그 시절의 혁명과 같은 살림살이도 잃고 늙어버린 지금의 할머니는 무너진 젖무덤을 소금꽃으로 덮고 있다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티셔츠 위에 소금기로 배어 있을까.


비록 혁명의 아이콘이라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프린팅 된 옷을 입고는 있지만, 그 이미지가 뜻하는 꿈은할머니에겐 꿈으로 끝날 뿐이. 아니 그런 굼이나 꾸었는지도 의문이다. 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 얼굴이 담긴 티셔츠를 입은 폐휴지 줍는 할머니 - 이런 상황을 시인은 체는 노파를 노파는 리어카를 / 리어카는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연쇄법으로 이어지는 끌고 있는 행위는 바로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프린팅된 옷을 입은 할머니의 힘겨운 하루이다. 그 힘겨운 하루는 정글이 따로 없는 것이다.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그러나 땀에 절은 티셔츠에는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초상이 프린트 되어 있다. 혁명과 폐휴지 -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래서 할머니의 하루가 더욱 힘들어 보인다. 그렇기에 분명 이 시에 담긴 주된 정조는 폐휴지를 주워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 담긴 것은 바로 우리네 삶이다. 체 게바라나 할머니처럼 우리도 역시 젊음도 혁명도 놓치고’,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 우리네 삶이란, 특히 중장년의 삶이란 할머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다는 말은 할머니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체 게바라가 그랬던가,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불가능한 꿈을 이루려 수레를 끄는 삶 - 바로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폐휴지를 주워 담은 리어카를 끌고 있는 할머니 - 그래, 가슴에는 체 게바라가 있지 않은가. 오늘보다 내일을, 희망을, 꿈을 품자.


  • profile
    들국화 2018.10.18 02:59

    체 게바라 어디서 읽기는 했지만 체 게바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그러다 이병렬 교수의 내가 읽은 시, 해설에서 자세히 알려줘 알게 됐는데 재미있다
    할머니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찍힌 티를 입고 파지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잘 그렸다
    해설이 있어 시도 잘 이해가 됐다 읽고 복사해왔다. 두고 더 읽어볼려고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 시는 어떻게 오는가 / 박수호 시 창작에서 들국화 2019.12.29 201
72 2019년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는 언제 시 한 편 제대로 쓴 것이 없다 하는 것 없이 바쁘고 나이만 먹어 넘긴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보이는 이 메리 크리스마스 커다란 감동은 꺼져가는 불... 들국화 2019.12.15 66
71 산문山門에 기대어/송수권 들국화 2019.12.10 103
70 장애인 뉴스 내년 예산혜택 (연금) 내년 정부예산안 속 장애인 관련 특색사업장애인 돌봄로봇 800대, 발달장애 특화사업장 구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30 16:19:50 ▲ 홍남기 부총리 겸 ... 들국화 2019.12.08 103
69 카톡~ 카톡~~ 사진이 도착했단다 &quot;권사님! 출근길에 벌레 먹은 낙엽이 눈에 띄어 사무실에 가져와 찍어봤어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벌레에게 생명을 준 나뭇잎이라 ... 들국화 2019.11.30 105
68 엄마가 범인 엄마가 범인 딸은 새벽 세 시까지 컴퓨터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은 이불 위로 던져놓은 것이 분명한데 안 뵌다 아무리 봐도 없다 혹시 밖에, 아닌데 하면... 들국화 2019.09.06 108
67 어떤 가출, 소설을 끝내고 어떤 가출, 소설을 끝내고 나의 문학의 한계를 보았다 온몸으로 쓴 서사 무진장 애썼다 눈은 글자가 하얗다 하고 손은 인제 그만 됐다 하고 허리는 삐거덕삐거덕... 들국화 2019.08.16 110
66 ‘책나래 서비스’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 도서관 자료 배달 ‘책나래 서비스’, 모든 장애인 가능 국립중앙도서관이 오는 2월부터 무료 도서관자료 배달 서비스인 ‘책나래 서비스’ 지원 대상을 모든 등록 장... 들국화 2019.03.30 96
65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2019년 2월 복지 사업 한걸음 더 창작준비금 지원사업2019. 2 예술인 복지의 궁극적인 지향은 ‘예술인이 예술 활동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환경’에 있다. 2013년 ‘예술프로그... 들국화 2019.02.12 151
64 새벽 세 시 들국화 2019.01.22 103
63 사진 찍다가 들국화 2019.01.08 71
62 2018년 갈 테면 가라지 2018년 갈 테면 가라지 2018년뿐 아니라 한 해의 꼬리에선 언제나 숙연해진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나름 뒤돌아보자는 연말, 내 코가 석 자... 들국화 2018.12.31 124
61 두 번째 눈 들국화 2018.12.13 65
60 박수호의 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렬 읽고 해설 박수호의 &lt;그럼에도 불구하고&gt; ... 들국화 2018.12.07 177
59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공고 2018-제105호] 들국화 2018.10.31 367
58 가을 비 들국화 2018.10.29 80
» 체 게바라 할머니 /이영식 시, 이병렬교수의 현산 書齋, 내가 읽은 시 에서 내가 읽은 詩 (690) https://lby56.blog.me/221379453945 스크랩 체 게바라 할머니 ― 이영식 신내동 굴다리 지하 차도 폐휴지 리어카에 매달린 노파 깡마른 어깨... 1 file 들국화 2018.10.18 240
56 죽은 새 죽은 새 요즘 죽은 새의 詩를 자주 접한다 새가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걸어 다니기도 하는데 이 새를 지난 첫봄에 보았다 앉은뱅이 제비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던 ... 들국화 2018.10.02 95
55 가을이다 가을 들국화 2018.09.29 72
54 변비 들국화 2018.09.23 6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