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비는 다 같이 위에서 떨어지고
다 같은 물방울인데
가을비 유난히 차다 비, 바람도 그렇다
아침에 후드득 쏟아지고 낮엔 햇볕이 나서
단풍 찍으려 갔다 늘 말인데 제철에 가면
휴일엔 인간들이 많다 그래서 차도 막힌다
가다 서다 주차 한 자리 잡았는데 숲으로 가기도 전 또 비가
그럴 줄 알고 멀리 올라가지 않고
숲 근처에서 오색 단풍을 찍었다 노랗고 빨가면 그만이지
선 자리에서 사방 한 바퀴 몸을 돌리니 한 가슴 단풍 사진이 안긴다
구름은 연신 검었다 하얗다 제 맘대로라 손이 살살 시리다
그러다 비가 뚝뚝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오래 앉았다가
나오니 아들이 우산을 받고 마중을 온다 바람이 쌩하니 머리를
잡아끈다 아들이 있어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잡혀갈 뻔했다
얼마 시간도 안 지났는데 또 차가 밀린다 비가 와
한꺼번에 집에 가느라고
그냥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 하며 길 터이길 기다렸다가
가로수까지 고운 길에서 유턴 밥집으로 가
생소고기 3인분을 시키고
돌솥밥 겸해 맛나게 먹었다 오늘이 손자 없는 할배 생일이라서
집은 좋은 곳이다 가족은 더 좋은 것이다
온 가족이 건강하고 맘 편하면 행복한 것이지
소소한 행복은 대대한 행복보다 달다
믿지 못하겠으면 소소해 보면 알 것이다
가을비가 찬 것은 낙엽의 길동무가 되기 위한 것이고
가을바람이 쌩한 것은 낙엽의 슬픔을 가려주기 위함인 것
아무도 모를 거야 나무가 얼마나 냉정한지
이것을 바람은 알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함께 차가워 줬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