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동네 한 바퀴
작아도 단풍나무
담쟁이의 추수
마지막 빛깔을 햇살과 함께
초딩학교 구절초
구절초 옆 민들레
늦살이 씀바귀와 벌
국화 한 송이
가을이라고 강아지풀도 색을 달리하고
봄부터 함께하는 나의 친구 오솔길
앵두같은 화살나무 열매
화살나무에 걸린 솔방울 가만히 들려다 보면 꽃
벗은 은행나무 위 덩그러니 까치집 이 집은 일 년 내내 이사도 안가
, 여름내 그늘을 만들었던 정자나무 잎 고슬고슬 마르면 어떤 시절엔 땔감으로 쓰였는데
냄새는 났지만 두 잎을 포개고 은행 한 알 얹어보았다
옆집 할머니가 옥상에서 내려온 화분
만추(晩秋)
모든 잎새가 익어 겨울잠을 자러 가려 하는 때
소나무도 죽지 않을 만큼 몸을 비우는 곳
동네 한 바퀴 돌며 자투리 가을을 담았다
나의 일 년을 수확하듯
돌 틈에 핀 구절초 이른 봄부터 피는 씀바귀 민들레
쑥부쟁이 강아지풀까지
내년 봄을 기약하는 마지막 미소에 손을 흔들어주고
헐렁한 오솔길을 돌아 나오며
은행알 한 알을 주어 이파리 두 장으로 멋을 내 앉히고
돌아봤다
이것들이 피고 푸르러 열매를 맺을 때까지
나는 생각 없이 살았구나 더우면 아이 더워
꽃피면 아이 예뻐 그러다 가을
이것들이 꾸미고 내릴 때도 나는 그냥
사진만 찍고 단풍 그늘에 앉았다 돌아와
거둘 것이 없다
계절은 벌써 첫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고 야단들인데
나의 가을은 마냥 깊어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