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갈 테면 가라지
2018년뿐 아니라
한 해의 꼬리에선 언제나 숙연해진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나름 뒤돌아보자는 연말, 내 코가 석 자라고 할까
또 맞이하는 새해 새 각오는 하겠지만,
내가 늙어간다는 건 진정 인정하기 싫다
나이 같은 건 세지 말고 남은 희망은 희망이 없다는 자에게
구제하려 했는데 아무리 봐도 지출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날 거짓말
올해가 무슨 해였는지 기억이 없는데 내년이 돼지해라고
새끼 돼지 몇 마리를 그려 인사들 다니는데 난 또 속없이
그것이 예쁘다 뻥~뚫린 콧구멍이 기분을 반반하게 펴놓아
십 년 넘게 같이 살던 밍크 생각이 떠올라서라 할까
잘 있는 코를 밀어 올리며 네 코는 돼지코다
놀려먹다가 손 물렸던 기억이나 인사하는 새끼돼지를 보며 웃는다
속도 없지, 아니면 부려 잊으려 하는 건지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다면서 세월은 따라가고
그곳이 어디매에 있는지
어떤 곳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곳, 간 사람은 소식이 끊기고
남은 사람은 모르는 곳, 확실한 건 간 사람은 안 온다는 거
그래서 가봐야 안다는 그 곳 세월은 말없이 가기만 하니
안 따라갈 수도 없고
그래서 "귀천"을 쓴 시인 천상병은
이 여행을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다고 했는데 말을 했는지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는지 소식이 없다
그래서 가는대로 따라 갈 수밖에
내가 돼지코를 보고 웃는다는 건 알 수도 없이 가는 세월에
매달리지 말고 알려고도 말고 돼지코나 보며 웃자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