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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디카시 - 시와 사진의 어울림

김옥순 시집 <11월의 정류장>

 

 

 

며칠 전에 부천의 복사골문학회 회원이자 내년이면 고희를 맞는 김옥순 시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집을 냈다고, 8월 말에 출간된다고, 31일에 약소하나마 문학회 회원들과 출간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참석할 수 있느냐는 청이었다. 전화로나마 시집 발간을 축하하고, 마침 다른 약속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랬더니 시집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물었다. 그 시집을 어제 받았다.





김옥순 시집 <11월의 정류장>


△ 김 시인의 친필 서명까지 담겼다.


사실 문학회에서 시창작 강의를 할 때, 그리고 문학회 카페 게시판에 습작품 평을 할 때 제일 열심히 참여한 회원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에도 그녀의 시를 해설한 적이 있다. (요기 참조 http://lby56.blog.me/220853134715)

시집을 받자마자 쭈~~욱 훑었다. 지난 시집에서 보여줬던 하찮고 사소한 것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시집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시편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 전화 통화할 때 설명했던 그 사진들 - 사진을 찍으며 그때 그때 더오른 시상을 사진과 함께 엮었다고 했다. 이름하여 디카시이다.


디카시란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이다. 즉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피사체와 관련한 내용으로 쓴 시이다. 시인이 직접 디지털 카메라(혹은 스마트폰의 사진기 기능)로 시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상을 포착하여 사진을 찍고 이를 짧은 문자로 재현하여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영역을 넘어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하는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김 시인에게 이런 재주까지 있었나, 하며 한 번에 다 읽었다. 대부분의 시에 붙은 사진들은 그 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아니 문자로는 설명하기 힘든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영상과 함께 문자를 통해 시인의 시선을 정확하게 읽어내게 한다. 마침 나 자신이 꽃, 나무, 열매, 풀 들에 관심이 있으니, 그의 시 속 여러 사진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여기 몇 편을 소개한다.






굳이 해설을 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이 바로 디카시의 장점이다.

시창작이 어렵다는 독자들 - 이번 기회에 손전화 들고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으며 그때그때의 감흥을 몇 줄 글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한 편의 디카시가 만들어질 것이요, 이를 통해 시를 창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이 여러 장이고 글이 길어진다고 낙담할 필요 없다.

오히려 포토에세이가 될 것이니 더욱 좋다.

우선 손전화 사진기를 켜고 대상을 담아보라.

그대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333)








11월의 정류장

 

김옥순

 

버스가 들어오니

우르르 몰려간다

인도에 모였던 낙엽들이

버스라도 타고 갈 양

떼로 달려가 부딪쳐 넘어진다.

 

 

김옥순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들 주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 그것도 사사롭고 소소한 사물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애정이다.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 이런 것들에게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시선을 보낼 수 있을까. 시인의 마음이 그만큼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11월의 정류장>은 짧은 시라 할 수 있다. 5 행밖에 안되면서도 순간을 포착하여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버스 정류장에는 노선 번호에 따라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이 보통이다. 시인이 본 정류장은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버스가 도착하면 여기저기 서 있던 사람들이 먼저 버스에 오르려고 우르르 몰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시선은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도에 모였던 낙엽들이다.


정류장 부근의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은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거나 아니면 버스가 정차하며 일게 된 바람에 흩날렸을 것이다. 시인은 이를 바람에 날린다거나 발길에 채인 것이 아니라 낙엽도 버스를 타고 가려는 행동으로 인식한다. 낙엽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버스에 탈 것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고, 먼저 타려고 몸을 부딪치는 사람들처럼 낙엽들도 떼로 달려가 부딪쳐 넘어지는 것이다.


제목에 ‘11이 있으니 낙엽과 연결이 되고 우르르 몰려가 몸을 부딪치는 모습은 정류장과 연결된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짧은 글은 제목과 잘 어우러져 11월 어느 날 버스 정류장의 모습이 사진처럼 박힌 멋진 시가 된다.




*** 시집 해설 박수호 시인 ****




** 이병렬 교수가 읽은 "단풍잎" 서각으로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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