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다가
이른 봄 상동 호숫가에 버들강아지가 폈기에
호수 가름 막을 넘어 버들가지 나무 밑에 앉아
가지 끝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운동하던 부인이
다짜고짜 아이고~ 하며 다가오다가 아 사진 찍네 하며 말을 멈추고 간다
아마도 할머니 왜 거기 앉아 있습니까 이리 나오세요 하려 했던 것 같다
잠시 치매 환자로 보았을 거라 짐작, 그리고 가을 억새가 곱게 머리를 빗고
이리저리 바람을 타는 작은 숲에서 억새에 몸을 들이밀어 팔을 뻗어 사진을 찍는데
견주들이 목줄을 잡고 잔디공원으로 들어온다. 멋쩍었지만 계속 버튼을 눌렀다
원하는 모습이 안 나와 다시 다시 또 다시를 반복하는데 주변이 조용해졌다 갔나보다
그리고 억새꽃 같은 내 모습 한 장을 건져 만족한 미소를 짓고 일어서는데 개 주인이
제가 찍어드릴까요?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을 걸어 아니오 다 찍었습니다 그래서 개가 참 예쁘네 요로 시작한
개 얘기를 한참 했는데 이분은 요양복지사란다 음~ 그랬구먼, 그래서 사진찍기가 끝나도록 기다렸구먼, 속으로 말하고
나는 복지사가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집 아래서 빨강 꽃사과 열매를 찍는데 지나가던 사내아이 서넛이 다가와 슬쩍 보고는 에이~ 하고는 달아난다
별거나 있는 줄 알았다가 에이 기껏 사과나무 열매라는 거겠지,
그리고 어는 봄 민들레꽃을 찍는데 나물 캐러 나온 아낙이 "할머닌 소녀 같다"하는지라 소녀 같다는 건 좋은데
할머니는 좀 그렇더라 아직 손자도 안 봤는데,
사진 찍다가 웃을 일이 많았다고 할까 그런데도 나는 사진 찍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작은 모임 야외 나들이를 가면 내가 골칫거리다
따라다니기도 바쁜데 매번 사진을 찍느라 일행이 기다려야 해서 말은 안 하지만 눈치도 없나
그런데도 나는 사진을 찍어야 걸음을 뗀다. 해서 최근엔 나 혼자서 다니고 내 사진도 내가 찍는다
그래도 즐거운 것은 이 사진엔 나만이 보는 뭐가 있고 그것이 나를 즐겁게 하여 눈만 뜨면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겹쳐진 울 엄마 뱃가죽을 찍었다. 이다음, 먼 날 엄마가 천국에 가고 없으면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