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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진 위로 떨어지는 것


백 년 전 그곳에 슬며시 고여있었다
펄럭이는 태극기와 만세소리
쓰러지는 사람들의 비명 사이에서
투명한 망토를 뒤집어쓰고 거울인양
비친 얼굴에 물든 핏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되돌려주고 있었다
아우내의 바람과 햇살이 차례로
번져나가고 거세지는 흙먼지가 들러붙었지만
얼어붙은 아이의 그림자까지
한층 더 붉은 범벅으로 되돌려 주었다
투명한 망토 속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두려움에 떨리는 희멀건 피부를 웅크리면서
나라 잃은 소녀의 슬픔이 내 것과 섞이지 않도록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 대지에 떨어진 뒤에도, 슬픔이 슬픔을 상속하는
빈 곳을 찾아 오래 기다려야 했다
매일 아침 소녀상에 맺힌 이슬에서
서대문형무소를 견학하는 봄비의 일정함까지
망토 속으로 손을 뻗어본 기억이 있다면 누구라도
백 년 전 함성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숨어있던 당신의 풍경이 숨죽여 흐느끼던 3월의 첫날
눈물이 소장해온 ‘대한’과 ‘독립’ 사진폴더가
현실의 시간 위로 주르르 쏟아져 내린다


기혁 시인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시인세계 시 부문, 2013년 세계일보 평론 부문 데뷔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소피아 로렌의 시간』 출간
제3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영원과 하루, 육호수 시인>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시, 하린 시인>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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