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
어르신 담뱃대 또는 마이크를 닮았다
예쁘다기보다 신비스럽다
내가 야고를 알게 된 것은 블로그 친구인
작품 포토로부터 알게 됐는데,
막연히 상동 호수공원
억새 덤불 속을 들여다보기를 오래 했다
추석 전날 야고가 모습을 나타냈다는 소문을 접하고
달려간 상암 하늘공원 이 넓은 억새밭에서 야고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금방 만났다 한 송이를 만나 열 송이 본 만큼 좋아했는데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무리가 수두룩하니 반긴다
우리 만남은 처음이었지 깊숙이 억새에 기대 쭉 꽃대를 올려
살포시 머리를 숙였다 어찌 보면 보랏빛 어떻게 보면 분홍빛인
이름 야고 옆을 보고 내려보고 속도 훔쳐보고
손은 절대 안 댔다.
그런데, 이름이 왜 야고일까 이웃 들꽃 블로그에서 얻어본 바로는
옛 한약재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되어있네. 그런데 요것이 제 스스론 물 한 방울도
못 낸다는구먼. 그래서 억새가 양분을 나눠줘 그 뿌리에 붙어산다고 하는구먼
까칠한 억새지만 자기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 같은 야고를 괄시치 않고 피 같은 영양분을
나눠주는 그 마음이 부드럽기 한량없구먼,
그리고 억새꽃이 얼마나 부드러운가 하면
춤을 출 때 백발을 휘날리며 얼씨구절씨구 이리저리 흔드는 허리가
여느 춘향이 못지않지 그러니 이것들이 붙어살아도 너그럽게 두는 것이지
꽃피고 씨가 여물어 다른 곳으로 흩어질 때까지 말이지.
그래서 억새가 착하다는 거지 이것이 폈다고 소문이 나면 억새는 관심도 안 둬
화가 날 만도 한데, 그냥 보고만 있는 마음이 부자만큼 너그럽지 않은가?
꽃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예쁜 것 같지는 않은데,
억새에 붙어사는 거지 어쩜 얌체 같지만, 억새기가 말할 수 없는 억새에
얻어먹고 산다는 것은 분명 신비스럽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나 보던 야고를 하늘 공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억새 이사 오는 데까지 달라
붙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늘 공원에서 야고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란다
그래서 많이 예뻐해 주려 추석 쇠고 나도 다녀왔다.
가고 싶어도 못 간다. 그때 가두길 잘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