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동 은행나무
나이를 8백 세로 추정한다는 나무
일백세 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꼽아
추정한 나이란다
동네의 수호신으로 일 년 한두 번 제사상을 받기도 한다는데
마치 풍채 좋은 큰할머니 품처럼 친근하다
한 해에 두서너 번 옷을 바꿔입을 때면 천년은 더 살 것같이 아름답고
신비롭던 나무 눈앞서 보니, 잔가지는 노인의 혈맥처럼 장엄하고 잘 편 부채처럼
우아하고 장엄하다
행여 가지라도 꺾일세라 쇠기둥에 몸을 의지한 곡선이 구름을 떠안은 듯 우람하다
내 고향 집 앞 5십 년 전 정자나무는 몸통이 양팔 펴 열두 아름이 넘었고
겨울밤엔 빨가벗은 나뭇가지를 타며 부엉이가 울었고 덩달아
올빼미도 옥 옥 달밤의 고요를 깨워
때로는 정자나무가 울기도 해 겨울밤이면 이 소리에 이불 밑 오금이 다 저렸었는데
장수동 은행나무엔 까치둥지가 떴네! 까치도 달밤엔 우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