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쇠고

by 들국화 posted Feb 01,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설 쇠고


동네 한 바퀴 아니 초등학교 돌아오기

요즘 들어 볕 보기가 드물어

볕 난 김에 나갔더니 동백은 가을부터 맺었더구먼

언제 붉어지려고 그대로고

 2년 된 빌라 화단의 개망초만 검푸르다

무릎 높이의 화단 턱에 걸터앉아 맥없이 내 얼굴을 찍어 주무르며

오가는 길눈에 신경을 쓴다 휴대전화를 보는지 카톡을 보는지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의 눈치를

은행나무에 둥실 뜬 까치집을 지나 학교 숲을 들어서선 괜히

나무 옹이만 쳐다보며 개 같으니, 뱀 대가리 같으니, 중얼거리다가

운동장 한 곳 넘어가는 석양을 보는데, '운동 나오셨어요?'

친절한 목소리에 보니 미용실 갈 적마다 오는 아모레 언니다

반가운 척해주고 마스크 한 얼굴이 사라질 즘 공원 돌의자에 앉아

시커먼 소나무에 넌 겨울 하늘에 잘 어울려, 칭찬하며 손으로 엉덩이를

탁탁 털며 오늘 운동은 끝, 하니

그새 내려온 어둠이 자리를 펴고 벌러덩 누워버린다.



TAG •

Articles

1 2 3 4 5 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