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쇠고
동네 한 바퀴 아니 초등학교 돌아오기
요즘 들어 볕 보기가 드물어
볕 난 김에 나갔더니 동백은 가을부터 맺었더구먼
언제 붉어지려고 그대로고
2년 된 빌라 화단의 개망초만 검푸르다
무릎 높이의 화단 턱에 걸터앉아 맥없이 내 얼굴을 찍어 주무르며
오가는 길눈에 신경을 쓴다 휴대전화를 보는지 카톡을 보는지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의 눈치를
은행나무에 둥실 뜬 까치집을 지나 학교 숲을 들어서선 괜히
나무 옹이만 쳐다보며 개 같으니, 뱀 대가리 같으니, 중얼거리다가
운동장 한 곳 넘어가는 석양을 보는데, '운동 나오셨어요?'
친절한 목소리에 보니 미용실 갈 적마다 오는 아모레 언니다
반가운 척해주고 마스크 한 얼굴이 사라질 즘 공원 돌의자에 앉아
시커먼 소나무에 넌 겨울 하늘에 잘 어울려, 칭찬하며 손으로 엉덩이를
탁탁 털며 오늘 운동은 끝, 하니
그새 내려온 어둠이 자리를 펴고 벌러덩 누워버린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홈페이지 마실도 못 다니나
sns도 바이러스타령이다 하지만 나는 동네 한 바퀴 돌아 운동하였다
이것저것 봄에는 안 보이는 이것들을 만나 올 겨울은 안 추워 견딜만 했쟈
아기자기 얘기도 나누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글을 읽으러오지도 못 하나 그럼 우리끼리 오붓하게 애기나누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