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님이 쓰신 글

by 들국화 posted Mar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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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님이 쓰신 글

나는 배웠다.
모든 시간은 정지되었다.
일상이 사라졌다.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만나도 경계부터 해야 한다.
비로소 일상이 기적임을
나는 배웠다. 그래서 기도한다.
속히 일상의 기적과 함께
기적의 주인공으로 사는
일상을 달라고.

나는 배웠다.
언제라도 죽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미생물의 침투에 너무도 쉽게
쓰러질 수 있음을 배웠다.
그런데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악다구니를 퍼붓고 사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배웠다.

나는 배웠다.
인생 허들경기에서 장애물은
‘넘어지라’고 있는 게 아니라
‘넘어서라’고 있는 것임을.
닥친 불행과 시련을
운명이 아닌 삶의 한 조각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때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나는 배웠다.
가장 큰 바이러스는 사스도
메르스도 신종코로나도 아닌
내 마음을 늙고 병들게 하는
절망의 바이러스라는 것을.
그래서 기도한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게 해 달라고.

Ancora imparo!
안코라 임파로!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이탈리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스케치북
한쪽에 적은 글이란다.
87세 때 일이다.

안코라 임파로!
아직도 배우고 있다면
우리 모두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