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송수권
삼한 적 하늘인가 고려 적 하늘이었던가
하여튼, 그 자즈러지는 하늘 밑에서
" 확 콩꽃이 일어야 풍년이라는디,
원체 가물어놔서 올해도 콩꽃 일기는
다 글렀능갑다"
두런두런거리며 밭을 매는 두 아낙
늙은 아낙은 시어머니, 시집온 아낙은 새댁,
그 새를 못 참아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은
샛푸른 샛푸른 새댁,
내친김에 밭둑 너머 그 짓도 한 번
" 어무니, 나 거기 콩잎 몇 장만
따 줄라요?"
(오살할 년, 콩꽃은 안 일어 죽겠는디 콩잎은 무슨 콩잎?)
옛다, 받아라 밑씻개 콩잎
멋모르고 닦다보니 항문에서 불가시가 이는데
호박잎같이 까끌까끌한 게 영 아니라
" 이거이 무슨 밑씻개"
어찌나 우습던지요
그 바람에 까무러친 민들레 홀씨
하늘 가득 자욱하니 흩어져 날았어요
깔깔거리며 날았어요
대명천지, 그 웃음소리 또 멋도 모르고
덩달아 콩꽃은 확 일었어요.
** 설화적 요소를 질박한 언어를 통해 낮은 계층의 애환을 건강함과 해학적으로 꾸며낸 서시이다.** 이지엽의 현대시 창작강의 517~518쪽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