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 상상력을 확장하는 연습으로 연상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자. A에서 B로, B에서 그리고 C에서 D로 단어와 정황을 연결하며 조금씩 낯선 장면을 떠올려보도록 하자. 그러면 어느새 낡은 상상력이 새롭고 낯선 상상력이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대부분의 상상력이 뻔한 구조 속에서 낡은 것이 되는 이유는 이러한 연상이 유사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다음의 연상 구조를 보도록 하자.
봄→꽃→벌→향기→따뜻함→행복
이러한 연상 방법은 세 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연상되는 각 단계가 너무 유사한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유사한 관계로 연결되어 연상을 통한 상상력의 확장이 힘들다. 두 번째 문제점은 각각의 연상 구조가 사실은 연상 구조가 아니라 병렬식 구조라는 점이다. 병렬식 구조는 A→B→C→D로 전이되며 낯선 지접으로 나아가는 구조가 아니라 비슷한 것들의 열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문제점은 연상의 구조가 구체적인 정황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과 ‘행복’이라는 관념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글감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정황으로 파악하지 않고 관념적 인식으로 파악하면 글을 피상적이고 모호하게 된다. 그리고 피상적이고 모호한 글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요령부득인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봄―꽃 봄―벌 봄―향기 봄―따뜻함 봄―행복
각각의 단어가 ‘봄’과 병렬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 상상력을 극대화할 여지가 없다. 각각 연상된 단어와 정황은 유사한 부분도 있어야 하지만 다른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각각의 단어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져서 낯선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다른 연상 지점으로 나아가면 결국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는 유사성 속에서도 낯선 관계에 놓인다. 때문에 첫 번째 지점과 마지막 지점에 떠올린 단어와 정황은 상당히 다른 감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에서도 유사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낯선 관계 속에서도 납득 가능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두 지점은 긴밀하게 연될 된 관계 속에서 낯선 감각을 전달하게 된다.
봄→장미화원→화원을 향해 몰려오는 폭풍우→비에 젖은 비둘기의 날개→공중을 향해 날아 오르는 비둘기→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
각각의 정황이 연상법을 통해 유사한 듯 다른 정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연상법은 유사한 듯하지만 그 연결이 상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가능하다 특히 이와 같은 연상법은 연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할 경우에 더욱더 새롭고 낯선 관계와 감각을 전달하는 문장이 된다. 위 문장의 처음인 ‘봄’과 마지막인 ‘봄’과 마지막인 ‘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를 하나로 묶으면 신선한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예문은 연상법의 과정에 있는 문장 모두가 좋은 정황이지만 연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직접 연결하면 낯선 정황끼리 연결되어 더욱 신선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두 개의 정황은 낯선 연결 구조로 이어진 것이지만 연상법을 통해 구성되어 파편화되지 않고 서로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① 봄은 공중에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처럼 펼쳐진다 ②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가 봄의 공중을 향해 날아간다.
어떤가 봄을 진부하게 사용한 문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신선한 표현이 되지 않는가? 우리들 작가들이 사용하는 문장이 신선함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들이 사용하는 문자의 신선함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작자들은 바로 이런 사례에서처럼 자신만의 개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정황은 또 다른 장점을 지닌다. 각각의 개별 정황은 앞서 언급한 ‘봄―꽃―벌―향기―따뜻함―행복’처럼 진부하고 관념적이며 피상적인 정황과 달리 그 자체로 우리에게 ‘민적 인식’을 전달한다. 따라서 각각의 개별 정황만으로도 감각적인 문장을 만들 수 있다. ‘꽃’보다 ‘장미 화원’이 훨씬 구체적인데 좋은 글을 쓰려면 피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화원을 향해 몰려오는 폭풍우’, ‘비에 젖은 비둘기의 날개’, ‘공중을 향해 날아오르는 비둘기’, ‘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 등의 정황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감각적인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① 지하철―터널―어둠―끝이 없음―삶의 막막함 ② 지하철―무료한 승객―고요한 오후―따사로운 햇살 ③ 지하철―구걸을 하는 사람―찬송가―무심한 눈빛―외면하는 사람들―무료한 햇살 ④ 지하철―플랫폼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앨리스―터널―어둠―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두 개의 달과 해변을 걷는 앨리스―끝없이 타오르는 방풍림과 붉은 눈물을 흘리는 앨리스
지하철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글감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흔한 만큼 진부한 정황이 될 가능성도 높다. ①, ②, ③번의 연상은 지하철과 연관된 상투적인 연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연상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지하철의 모습이다. 따라서 지하철과 관련하여 새로운 인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①번 연상은 관념적이고 개괄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 불분명한 세계가 되며 ②번 연상은 지하철과 현대인의 삶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상투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③번 정황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삼상적으로 바라보아 감상적 인식이 되었다.
이에 비해 ④번 연상은 심상적 묘사를 이용하여 낯선 장면을 펼쳐 보였다. 연상을 할 때 서경적 묘사의 양상으로 전개해도 무방하지만 연상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심상적 묘사의 방법으로 연상을 해도 좋다. 심상적 묘사로 연상을 하면 비현실적이거나 환상적인 장면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글쓴이만의 주관적인 개성을 드러내기에 수월하다. 비현실이나 환상은 우리의 현식과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비현실과 환상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비현실과 환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연상을 통해 심상적 묘사의 특징 중의 하나인 글쓴이의 심리를 드러낼 수 있기도 하다. ―조동범,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모악,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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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23:04
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조동범 / 박수호 시창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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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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