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조회 수 2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남, 몽夢/서금숙
   
홍영수 추천 0 조회 0 20.06.07 20: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7년 10월 부천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학창의 도시 지정 1주년을 맞아 <부천 시티저널>에서는 홍영수 시인의 "부천 문인들 문학의 향기"를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강남, /서금숙

 

 

눈웃음이 치열 고른 입까지 흘러내렸다. 남산만한 아버지의 뱃속에 빈 위스키병과 마담이 들어있다. 아파트 공사 일을 하는 아버지는 외삼촌이 지고 온 가방 속 돈다발을 꺼내 월급을 준다. 베란다처럼 줄을 서는 인부들, 인부들의 장화 속 쿰쿰한 돈 냄새가 집안 가득 번진다. 아버지는 돈을 잘 벌수록 배사장이 되어 갔다. 강남 아파트 분양이 끝날 무렵 아파트 붐이 일고, 입안에는 모래바람이 훈훈했다. 어머니는 오남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공사판 한쪽에 함바집을 차렸다. 국수를 삶는 솥에서 화독내가 나면 허기가 참을 수 없다고 뱃가죽에 딱 달라붙은 어머니 등이 휘었다. 사내 팔뚝만한 주걱을 휘휘 저었다. 국물을 우려낸 연기에 눈이 시렸다.

아버지의 배에 바람이 빠진 날, 일곱 식구가 강남 물을 먹던 날, 빨간딱지가 붙던 날, 버려진 교과서, 기억은 낙타를 타고 바늘귀를 넘고, 나는 아직도 강남 사는 꿈을 꾸곤 한다.

 

 

강남, ’, ‘2019월간 시문학 , 신인우수작품상

1970년대 강남 은마아파트

                                                                                                                      

 ------------------------------

 

강남, 초꼬슴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시인들은 시집이나 시 제목에 있어 독특한 게 많다. 물론 작가의 고민과 의도적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야만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詩題에 의해 시의 고도로 절제되고 농축된 함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남, , 시의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벌써 서울의 특구? 강남이다. 시쳇말로 대다수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과연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복락원일까? 아니면 헛된 망상가들에게는 실낙원이 아닐까? 또한 어떤 이들은 유토피아의 세계로 생각하기도 한다.<유토피아>의 저자가 영국 출신이어서인지 그곳에서 외교관이었던 분도 그곳에서 꿈?을 이루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남은 희망사일 뿐,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아무나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다. ‘강남의 꿈이라 평범한 시제를 붙일 수 있었지만 강남다음에 쉼표(,)를 두고 이 아닌 한자인을 썼다. 대단히 의도적이다. 화자는강남을 꿈꾸지만 일 수밖에 없는 모순, ‘형용 모순이면서 서로가 양립할 수 없는모순 형용인 시인다운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도 전후, 당시에는 강의 북쪽, 背山臨水인 한양이 최고의 양택지이다. 강의 이남인 강남은 한창 개발이 진행될 때이다. 아버지는 그 개발 공사현장의 사장이었을 것이다. 대단한 직책이고 위치이다. 지금과는 달라서 당시는 윗사람의 뒷주머니에 하청업자들의 은밀한 거래가 오가는 공사판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검은 거래는 강남의 술집에서 오갔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새벽 햇귀를 목에 두르고 저물녘엔 뒤 굽이 닳고 닳은 고흐의구두 한 켤레를 신고 헛헛한 뱃속을 햇볕 몇 덩이로 채우며, 인내를 지불하며 절박한 상황 속 빈곤의 삶을 영위할 때, 아버지는 노동자의 응축된 피땀으로 뱃살을 살찌우고 그러다 뱃속은 부패되어가며 서서히 가스가 차며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하늘 높이 오르다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말이다. 아니, 높이 오르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된 것이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의 뱃속에서 위스키 병이 술에 취하고, 볼록 나온 배를 보며 마담은 두툼한 지폐를 보는 순간 자존심과 체면은 휘발되고, 아양 떠는 마담의 감미로움 앞에 도취될 수밖에 없는 황홀경, 그 속에서 뱅크럽트가 되어간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타락의 강 깊은 수심으로 내려앉는 사이 강남의 물은 빨갛게 물들어 결국 마실 수 없게 되었으니, 강남의 꿈은 저 먼 팔당 상류에 낀 안개가 되어 작은 고양이의 발걸음으로 가족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움켜쥐려고 하지만 이미 꿈이 된 지난 일이다.

 

칼 샌드버그의 안개를 보자.

 

작은 고양이의 걸음으로

안개는 온다.

 

안개는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항구와 도시를 바라본 뒤

걸음을 옮긴다.

 

가난한 사람, 특히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전도된 삶을 맞이하게 된 사람은 안개조차도 슬픔과 고난으로 다가올 뿐이다. 저 작은 고양이 발걸음 소리는 허울에 찬 형식주의자의 겉발림을 비웃고 안개 낀 삶을 무겁게 짓누른다.

 

이젠, 배사장인 아버지의 배는 死藏되었다 정신적 조난자가 된 후. 식구들 입안에는 사막풍이 불어왔다. 다섯 남매를 위한 어머니, 어둑새벽이 새벽같이 어머니를 깨운다. 어머니는 여자가 아닌 처음부터 어머니였을 것이다. 고된 노동자의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위한다면 그 무엇을 못하겠는가. 눈물의 호수에서 잠겨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채는 순간 뚜벅뚜벅 걸어 나와야만 했다. 그러한 모든 어머니는 저 멀리 울려 퍼지는 종소리이고 누구의 말처럼 천부적 죄인인지도 모른다.

 

화자는 그 때의 상황들을 세월이 흘러 잊힌듯 하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상처 입은 세월의 울음을 머금고 있다. 쾌락과 허울에 젖어 곰팡이 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좁다란 바늘귀를 꿰뚫고, 버려진 교과서의 맨 마지막 장엔 어린 씨앗은 어떤 환경에서도 땅 속에서 발길질 하고 있다라고 씌어져 있을 것이다. 비록 벼랑 끝에 다다른 삶일지라도 허공에서도 새로운 삶을 찾기에.


http://www.thenewsof.co.kr/news/view.php?no=3194


시인 홍영수jisrak@hanmail.net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 조동범의( 묘사)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3.24 482
72 서경적 구조와 시점 /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4.02 1160
71 유사성과 차이성을 동시에 유추하기(은유)/엄경희,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4.25 254
70 순간이동과 융합의 놀이(은유)/엄경희 (박수호 시 창작에서) 들국화 2020.05.10 183
69 묘사 들국화 2020.05.26 86
68 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조동범 /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5.31 266
» 강남, 몽夢/서금숙, 홍영수 시인이 시평 들국화 2020.06.08 247
66 언니, 가을에는 시를 쓰세요 김옥순 시 들국화 2020.06.13 79
65 우리 집 블루베리 처음 수확하던 날 우리 집 블루베리 처음 수확하던 날 이름이 고급스러워 좋아했다 외국 이름이면 뭔가 좋은 것일 거라는 기대감 처음으로 심고 꽃도 보고 푸른 열매도 봤는데 익... 들국화 2020.06.21 61
64 우리동네 길양이 새끼 길양이 우리 마을에는 양이가 많다 학교에도 살고 공원에서도 살고 그런데 오늘은 지붕에서 날 본다 양은 낮에는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유심히 오래 확인을 ... 1 들국화 2020.06.23 138
63 무엇을 쓰려고 하지 말라/ 가치불에 올렸던 글 복사해옴 들국화 2020.06.26 172
62 시는 고칠수록 좋아진다/전기철 (박수호 시창작에서) 시는 고칠수록 좋아진다 퇴고推敲는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최고의 퇴고는 마음 좋은 애인의 너그러움보다 신랄한 적의 심정으로 하는 게 좋다. 한 편의 시를... 들국화 2020.07.11 235
61 七月 七月 七月 벌써 이십 일이 넘어간다 이제나저제나 외식 한번 못 나가고 집밥만 축내는데 들려오는 얘긴 펜션을 빌려 휴일을 보내고 왔다느니 어디 가서 복날 백숙... 들국화 2020.07.22 62
60 칠석 칠석칠석 오늘은 음력 칠월 초엿새 내일이 칠석날이다. 견우직녀의 만남은 이뤄질까 지구는 온통 점령된 코로나가 기세를 부려 꼼짝달싹 못 하는데 하늘은 자유로... 들국화 2020.08.24 64
59 볕 바라기 햇살 좋은 날 볕 바라기 머리에서 발까지 볕이 들어온다 손을 무릎에 얹고 앞뒤로 엎었다가 뒤집었다가 손을 데운다 이렇게 조금 있었더니 무릎도 가슴도 데워진... 들국화 2020.10.08 81
58 발효라는 방식으로 / 권영희 시, 이병렬 읽음 들국화 2020.10.08 231
57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시 쓰기 오류 세 가지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오류 세 가지 박수호추천 0조회 720.10.31 10:51댓글 0 북마크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오류 세 가지 초보적인 오... 들국화 2020.11.03 163
56 박수호 시 창작 좋은 시 감상에서 모셔옴 , 조용한 일 /김사인 시 박수호 글 조용한 일/김사인박수호 북마크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조용한 일/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들국화 2020.11.24 345
55 아이러니와 역설 / 여태천 글을 박수호 시창작에서 복사 들국화 2021.01.22 25322
54 시적인 것/김행숙 박수호 시 창작 카페에서 들국화 2021.01.28 5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