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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고칠수록 좋아진다

 

 

 

  퇴고推敲는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최고의 퇴고는 마음 좋은 애인의 너그러움보다 신랄한 적의 심정으로 하는 게 좋다. 한 편의 시를 최소한 열 번 이상 고치지 않고는 발표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지 않고는 작품의 완성도를 놓일 수 없다. 시는 문학의 어떤 양식보다도 예술적이기 때문에 그 형태의 아름다움을 최고조에 이르게 해야 한다. 음악처럼, 그럼처럼 그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시는 본래적인 시 예술의 영역에 속할 수 없다. 사람마다 시를 쓰는 자제는 다르겠지만 시의완성도를 따지는 데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는 오십 번 이상 고치지 않으면 시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평생에 백 편 이상의 시를 쓰는 것은 언어의 낭비라고 하는 이도 있다. 왼쪽으로 보고, 오른쪽으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서 보고, 그리고 덮어놓았다가 한참 후에 꺼내 보기도하고, 남한테 자문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순서를 바꾸고, 내 것인가, 남의 것인가, 흘러간 옛날 노래인가, 아무도 부르지 않는 괴물의 괴성인가를 살피지 않고는 허턱, 내 것으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장인 의식이 시인의 언어 감각이다. 그러면 시를 고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치는 방법에는 저마다의 법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들 몇 가지를 적어보기로 하겠다.

 

  첫째, 중복어가 있는가. 시는 짧기 때문에 같은 말이 자꾸 반복되는 적은 좋지 않다. 1행에서 쓴 말을 3행에서도 쓰고, 10행에서도 썼다면 그 말은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 물론 리듬의 반복구절이나 강조를 위해서라면 그냥 둬도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반복구절은 잘못이다.

 

  둘째, 산문시로 할 것인가. 행갈이가 있는 자유시로 할 것인가, 산문시는 일반적으로 자유시보다 훨씬 리듬감이 있어야 한다. 산문시는 산문이 아니기 때문에 시로서의 최소한의 조건인 리듬감이 내용이나 언어 속에 함축되어있는가를 따져봐야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도 산문시로 써놓았을 때와 행갈이 시로 써놓았을 때 그 느낌은 아주 다르다. 산문시는 자칫 산문으로 도망가려는 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한 시행에서 문장 배열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사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방법론이다. 같은 표현도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느껴진다. 전통 서정시의 방법으로 쓸 것인가. 포스트모던한 방법으로 쓸 것인가를 고려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의미상으로도 감성이 물씬 풍기는 서정으로 할 것인지, 아주 메마른 서정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시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또한 방법론을 고려할 때 그 소재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므로 그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민속적인 소재인지, 혹은 도시적인 소재인지, 침묵을 필요로 한 시인지,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시인지, 지적인 시인지에 따라 시의 방법은 아주 달라질 수 있다. 흘러간 노래도 한두 번이며 족하다. 너무 옛날 투의 시는 안 좋을 듯하다. 특히 초보자는 인기 시인들, 유행 시인들을 따라하지 말 것이다. 그런 시들은 이미 흘러간 노래이다. 또한 요즘 시에서 감상은 금물이다. 자기 감상에 빠진 넋두리 같은 시는 절대로 안 된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시를 쓴다고 나도 대중 시인이 되지 않는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넷째, 우리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시는 우리말도 된 시이다. 우리말을 거의 쓰지 않고 외국어 투성이의 시를 쓴다면 아마도 그 시는 수입품의 시라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입품 시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통적인 우리시는 우리말을 중요시하는 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말 쓰라고 해서 이미 죽은 우리말을 쓰는 것도 무리이다. 외국어도 아주 무시하는 시도 안 될 일이다. 앞으로 모든 언어들이 섞이는 때가 온다면 우리말과 외국어가 자유롭게 혼용되리라 본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우리말이 중요하다.

 

  다섯째, 자신의 과거의시나 다른 사람의 시와 유사하지 않은가. 자신은 보지 못했다지만 자신의 과거 작품이나 남의 작품과 쏙 빼닮았다면 그 시는 표절이다. 자신이 보지 못했다고 항의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완성해 놓고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읽혀봐야 한다. 그러므로 내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는 나의 핵심 독자가 두세 사람은 있어야 할 것이다. 내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가해주는 사람이 두세 사람 있다면, 그리고 신랄하게 비평해주는 몇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시인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시마다, 시집마다 다 똑같은 정서의 시말을 쓴다면 그 시인은 한 권의 시집이면 충분하다. 한 스타일의 시를 여러 권으로 낼 때에는 그 스타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라 방법론을 탐구해야 한다.

 

  여섯째, 노래조인가, 낭독용인가, 아니면 잡지 발표용인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노래조나 낭독용은 귀로 듣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리듬감을 중시해야 하지만 읽는 시는 사색이나 언어의 배열 등 예술성을 중시해야한다.


  영화 감독이 영화를 촬영한 다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재촬영을 하듯이 시인이 자신의 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있는 자신의 말들로만 시를 고칠 수는 없다. 의외로 우리는 자신이라는 감옥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를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나 어휘들이 필요하다. 새롭게 말을 모으고 현장 취재를 다시 하여 자신의 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퇴고에서 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철,『언어적 상상력으로 쓰는 시 창작의 실제』, 푸른사상, 2020. pp 22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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