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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오류 세 가지
박수호추천 0조회 720.10.31 10:51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오류 세 가지

 

 

 

 

초보적인 오류 1. 일부러 어렵게 만든다-구체성의 문제

 

시를 처음 쓰는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초보적인 실력, 즉 창작상의 기초적인 오류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 창작의 진화를 위해서 이런 오류는 시를 쓰는 과정에서 반드시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수정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초보적인 시인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루를 세 가지 정도만 다룬다. 초보적인 작품에는 이 세가지 오류가 한꺼번에 나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상 각각 따로 다루고자 한다.

첫째, 시를 수수께끼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초보 시인들은자신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시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자 한다. 그 결과 내용은 추상적으로 되고, 표현은 꼬이게 된다. 이런 태도는 ‘시는 난해해야 있어 보인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독자가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 무슨 치욕이나 되는 것처럼 자신의 의도를 방어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시에서 쉽게 쓰는 일이 더 어렵다. 다음 작품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어 보자.

 

죽지도 못하고 이어지는

가난의 그림자가 땅 속으로 스며들고 나면

메밀꽃은 만발한다

삶을 목도할 기운조차 없는 밤엔

개똥이나 굴리고 다니던 벌레

똥구명에서 새는 빛 때문에

들켜버릴까 겁이 나서

목숨 줄 놓지도 못한다

눈을 감지 않고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달도 없는 밤에

흐드러지던 메밀꽃 사이에서는

허옇게 달오른 나신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새끼를 끌어안은 어미의

울음이 숨소리도 내지 못할 때

숨통도 끊지 못할 질긴 삶을

굴러가야 할 때

메밀꽃은 핀다

꺼꺽 삼키고 마는

그 목메임을 받아먹고

―학생작품, 「메밀꽃 필 무렵」 전문

 

이 작품에는 주목할 만한 구절이 꽤 있다. “죽지도 못하고 이어지는/가난의 그림자가 땅 속으로 스며들고 나면/메밀꽃은 만발한다.” “메밀꽃은 핀다/꺽꺽 삼키고 마는/그 목메임을 받아먹고”와 같은 구절은 지은이의 시적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가난한 삶의 고통’을 메밀꽃과 과련지어 풀어 보려 한 의도 정도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작품에는 크게 네 개의 상황이 있다. 첫째는 가난을 바탕으로 피는 메밀꽃(1-3행), 둘째는 개똥벌레(4-8행), 셋째는 달 없는 밤 풍경(9-12), 넷째는 어미와 새끼의 어떤 상황(13-마지막 행), 이 네 개의 상황 중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둘째 상황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삶을 목도할 기운조차 없는 밤에

개똥이나 굴리고 다니던 벌레

똥구멍에서 새는 빛 때문에

들켜버릴까 겁이 나서

목숨 줄 놓지도 못한다

 

이 부분이 개똥벌레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개똥벌레가 자신의 빛 때문에 겁이 나서 목숨 줄을 놓지 못한다는 것인지, 시 속의 화자가 가난 때문에 죽지 못해 살아가는 상황을 개똥벌레에 비유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 것은 ‘삶을 목도할 기운조차 없는 밤’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삶을 목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목도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이 시에서는 완전하게 제거되어 있다. 그래서 막연한 감정만 남을 뿐이다. 이런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필요하다.

시의 내용을 응축하여 어려워진 작품과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려워진 작품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시의 내용을 응축한 작품은 시 속의 여러 실마리를 통해 풀어가는 재미를 주지만, 추상적인 작품은 내용이 난삽하여 각각의 내용이 따로 존재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난삽한 표현은 자신의 의도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에 시의 구체성이 상실되어 생긴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적 대상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내용을 심오하게 만드는 것이 프로의 기술이다.

 

 

 

초보적인 오류 2. 초점이 없다-응집성의 문제

 

두 번째로 초보 시인들이 자주 범하는 잘못은 짧은 시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시의 초점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초점이 없다 보니 시가 어수선하게 보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주워 담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초점이 잘 잡혀야 시가 시다워진다. 사격을 예를 들어 보자, 아래는 어던 사람들의 사격 표적지다.

 

(가)탄착점이 흩어져 있는 표적지

(나)탄착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표적지

 

사격의 경험이 있든 없든, 누가 보더라도 (나)가 더 나은 사격 결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는 탄착점, 즉 총알이 맞은 흔적이 흩어져 있어 총알이 같은 목표를 겨누고 있었는지 다소 의심스럽다. 이에 비하여 (나)는 탄착점이 모여 있어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초점이 잡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탄흔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모여 있지 않지만, 초점을 조정하면 더 정확한 사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에서도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가능하다. 사격 표적지는 한 편의 시다. 거기에 탄착점을 남긴 총알은 각각의 어휘들이 구성한 내용의 핵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가)는 내용이 각가 흩어져 존재하는 작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독자들이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에 비하여 (나)는 자신이 말ㄹ하고자 하는 바가 비교적 정확하게 하나의 초점을 중심으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에 비유할 수 있다. 각가그이 내용이 어떤 초점을 중심으로 모여서 응집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그 핵심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초점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다음 작품을 살펴보자.

 

빗물이 울음소리에 맞춰

집없는 달팽이,

조용히 무서운 상상을 내려 놓는다

그제야 선명해진 그녀의 등

 

집으로 새어 들어온 빗물은

흙내를 머금고 있는데

한 톨의 흙도 들어 있지 않다

향기를 훔칠 수 있다니,

이럴 때 향기는 지문이다

 

오래된 습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감추고 있는 지문

그 흔적이 사라진 달팽이의 등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지문을 보고 있다.

 

소금이 뿌려지고 달팽이

존재의 흔적이 지워지듯

소멸로 돌아간다

상상의 흔적만이 남는다

―학생작품, 「그녀의 등」 전문

 

이 작품은 시를 많이 써 본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시적 수준을 보여준다. “이럴 때 향기는 지문이다.” “상상의 흔적만이 남는다”는 구절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구절이 다른 표현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제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이 지닌 문제의 핵심은 초점의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지은이가 다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즉, 집 안에서 민달팽이가 들어왔고, 이것을 없애기 위해 소금을 뿌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초점이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초점이 흩어져 있다. 하나는 달팽이의 생태이고, 다른 하나는 향기의 문제이다. 달팽이 이야기는 “집 없는 달팽이” 즉 민달팽이이고, 다른 하나는 향기의 문제이다. 달팽이 이야기는 “집 없는 달팽이” 즉 민달팽이를 묘사하고 있는 1연과 4연에서 주로 다루어진다. “향기는 지문”이라는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어 이것이 달팽이와 어떤 관련을 지니는지 불명확하다(물론 달팽이와 연관된 기후적 배경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은 그러기에는 너무 독립된 생각이다). 이후의 구절로 이 둘이 관계를 연결하려고 하지만 내용상 이질적이라서 각각 따로 존재하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이 성공적인 시가 되려면 두 가지 초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작품을 다시 써야 할 것이다. 달팽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든지, 향기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든지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초보적인 오류3. 흐름이 부자연스럽다-긴밀성의 문제

 

세 번째로 초보 시인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시 내용을 전개할 때 작품의 자연스럼 흐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 전개가 불안해지고 그것이 작품의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설득하기 위한 절차를 하나하나 치밀하게 밟고 있다는 뜻이다. 시 쓰는 일을 건축술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시는 각각의 단계를 잘 밟고 있어 마치 한 번에 쓴 듯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러나 그런 자연스러움을 위해 시인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독자들은 짐작하지 못한다. 다음 작품을 통해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이곳은

별들이 초병을 서는

높은 산들의 유배지

한때는 깊은 어둠 속에서

석탄을 길어 올렸던 곳.

그러나 지금은

무거운 영혼들이 가라앉는

심연.

이승과 저승의 경계.

모든 것을 버려야 건널 수 있다는

깃털도 가라앉는다는 약수弱水

이곳의 영혼들은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우물물처럼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다.

날개짓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날도래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올랐다. 가라앉는다

 

다시, 물렛이 돌아가고

세계가 조금 더 무거워진다.

―학생작품, 「그녀의 등」 전문

 

이 작품은 강원도 사북에 있는 카지노인 ‘강원랜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카지노의 배경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
이곳의 과거 상황
(석탄을 길어 올리던 곳)
지금의 상황
(영혼이 가라앉는 심연)
이곳 사람들에 대한 평가
(보이지 않는 무게를 지닌 존재)
현재의 장면
(다시 룰렛이 돌아간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꼼꼼하게 읽으면 세 번째 부분이 전체 흐름으로부터 벗어나 애매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무거운 영혼이 가라앉는다는 것’이 어던 의미인지 불분명하여 내용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끊어지는 것이다. 지은이가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확정할 수 없다. 전반적인 내용으로 볼 때 부정정으로 다룬 듯하지만, 무거움이라는 어휘가 지닌 어감을 생각할 때(‘입이 가벼운 사람’이 부정적이라면 “입이 무거운 사람‘은 긍정적이다) ’영혼이 무겁다‘는 것은 삶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은이는 이곳을 ‘심연’이라 부르고 있다. 심연은 ‘물이 깊은 못, 소沼나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깊은 구렁의 비유’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 하는 장소의 의미로 쓰이지만 또 심오한 차원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의미도 지닌다. 어떤 의미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리고 이 어휘는 이어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표현과도 잘 연결되지 않는다. ‘심연’은 깊은 소와 같은 단일한 장소를 의미하지만 ‘경계’는 어디와 어디가 나누어지는 한계를 가리킨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전설의 강인 ‘약수’도 경계의 의미를 지닌다. 이런 표현은 ‘심연’의 의미와 어긋난다. 심연(깊이)에서 경계로 나아간 것은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끊어버리는 부정적인 기능을 한다. 이런 부자연스러움은 다음 부분의 도박꾼에 대한 평가에서도 반복된다.

내용의 부자연스러움은 시가 지녀야 할 내적 논리가 치밀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시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논리적 단계를 잘 계산하여 시의 흐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때 말하는 논리라는 것은 논리학의 합리적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 허용되는 서정적 논리임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논리학의 논리는 현실적이고 의미론적 진위가 분명하게 입증되는 명제를 바탕으로 하는 데 반하여, 서정적 논리라는 것은 감성적, 정서적 논리로서 전자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논리이다.

-박현수, 『시 창작을 위한 레시피』, 울력,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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