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거미
밤 자정을 넘어 5분
컴퓨터 모니터 뒤
벽을 타고 오른다 천천히
더러는 멈칫거리기도 하면서
작은 몸집 가느다란 다리로
한 발 헛딛지도 않고 간다
그러다 무슨 생각으로
우로 방향을 돌려 몇 발짝
가더니
"호격 조사" 내 자필
메모지 위로 하강
조금 빠르게
우회전 달력 밑을 거처
아래로
내려간다
그물 던질 곳을 보려
밤에 행차했던지.
염려했던 추락은 없었다
대단한 곡예사 밧줄도 없이
맨발로
암벽을
삥~둘러보고 간다
옛 어른들의 말에
"밤 거미는 죽여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지만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바라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