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난 심상(心想)
칠월은 눈물로 보내드리고
팔월엔
반가워도 가까이 마
말은 더욱, 손도 잡지 마
사람과 사람 사이를
냉정 아닌 냉정으로 보낸
봄 여름
계절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구월이네
말만으로도 반가운 이 계절은
제대로 맞이할 것인지
또다시 멀리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다
오감은 이미 거덜 났고
시도 깜깜무소식이니
가을이 온들 바닥이 채워지겠는가
묵은 시계
모든 사물은 갈 때가 있지
올 때 몰랐던 갈 때가
1, 2, 오른쪽으로만
한 치 어긋나지 않은 이십 사시
돌고 돌아 사십 년
일천구백칠십구 년
새살림 차릴 적 부천역 광장에서 만나
다섯 번의 이사에도 건장해
꼭 붙어 다닌 식구
네 번이나 말아먹을 벽시계 강산
이십 사시 약속 한 번 깬 적 없는 외골수
갈 때 가더라도
가다 쉬다 한 강산 더 살아보세
마지막 인사
어느 시인이
오늘은 장인어른과 마지막 인사를
내일은 이별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인사 내일은 이별
장인어른 먼저 가십시오
잠시 후 우리도 갈 겁니다
준비된 이별은
내일이라는 여유가 있지만
끝, 이 막 이별은
생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막 이별은 마지막 인사할 새도
눈물 날 새도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