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배 시인의 시집 "번짐의 속성"

by 들국화 posted Jan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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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귀향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밤  
점점 다가왔다 멀어지는  
새벽 기차 소리  
입김으로 흐려진 창가의 슬픔이  
부옇게 서려있다  


좁은 어깨에 짊어지고 온  
고달픈 사연과  
귀향길에 따라 온  
외로운 발자국이  
대문 앞 눈 터는 소리와  
함께 멈춘다  

무거운 세월이 얹힌  
지붕 위의 쌓인 눈이  
차가운 달빛에도 못 견디고  
눈물 되어 떨어진다  


합리적 모순  

사과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예쁜 사과부터 먼저 먹었다  
다 먹을 때까지  
사과 상자에는 항상  
좋은 사과만 있었다  

사과를 오래 두면 상할지 몰라  
나쁜 사과를 먼저 먹는다  
사과 한 상자가  
전부 나쁜 사과였다  
생각에 따라 사과 맛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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