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향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밤
점점 다가왔다 멀어지는
새벽 기차 소리
입김으로 흐려진 창가의 슬픔이
부옇게 서려있다
좁은 어깨에 짊어지고 온
고달픈 사연과
귀향길에 따라 온
외로운 발자국이
대문 앞 눈 터는 소리와
함께 멈춘다
무거운 세월이 얹힌
지붕 위의 쌓인 눈이
차가운 달빛에도 못 견디고
눈물 되어 떨어진다
합리적 모순
사과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예쁜 사과부터 먼저 먹었다
다 먹을 때까지
사과 상자에는 항상
좋은 사과만 있었다
사과를 오래 두면 상할지 몰라
나쁜 사과를 먼저 먹는다
사과 한 상자가
전부 나쁜 사과였다
생각에 따라 사과 맛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