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반 바퀴

우리 동은 부천로133번길
앞길과 뒷길의 차인데 길 이름이 다르다
원추리 한 송이 분꽃 아기자기 목을 들어 넘어다보는
담 너머 길에 꽃이 있어 다정다감하다


촌티 찔찔 나지만 씩씩하고
확 드러낸 얼굴이 커서 좀 그렇지
울 엄마 본 것처럼 푸짐해 보여 두 방 찍었다


봄이면 환하게 길을 밝혀주었던 복사꽃
복숭아를 달고 말랐다 누가 왜 죽였을까
열악하고 비좁은 울안에서 제 할 일을 잘 수행해내던
첫봄의 복사꽃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네 수고 많이 했다.

능소화 양반 꽃
옛날 양반들 울 안에서만 폈다는 꽃
슬픈 전설도 있지만, 이제는
길에 나가면 전봇대를 끌어안고 오는 차에 치이고
가는 차에 치이어 떨어져 빨갛게 도로를 핏물을 들인다
오늘 미용실에 갔더니 능소화 폈다고
전화하려 했단다 길에 널린 것이 능소화인데
그렇지만 꽃 보고 지나칠 내가 아니라
두 방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