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동일기
오늘 마지막 햇빛을 올려다보며
걷기에 나왔다
따 복이네 정원을 지나 커피집 옆길을
가는데 꿀벌 한 마리가 툭 떨어지듯 내려와
빨빨거리며 간다 꿀벌이 가네
하였더니 가던 길을 되돌아 퍽 쓰러지듯 뒤집혀
이쪽저쪽 모로 구르더니 몸을 오그려 날개를
펴 가만히 있다 보기 좀 그렇네 지는 날개도 있고
다리도 여러 개 이면서 못 일어나다니,
어두워지기 전 나는 걸어야 한다 근력이 87세라는데
어쨌든 걸어야 하는데 꿀벌을 보고 나니 걸음이 안 떨어진다
한 걸음 두 걸음 학교로 갔다 늦은 8시면 문을 닫는데
또 가둬지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
그런데 빈 주차장에 나비 날개가 추락했다 땅을 보며 걷는
덕에 또 이것이 보인다 공격일까 사고일까? 기체와 한쪽 날개는
어떻게 됐을까 걸음이 또 안 떨어진다
나는 걸어야 하는데, 학교의 문이 닫히기 전
많이 걷고 나가야 한다 그러는데 이제는 반딧불이인지 뭔지
온통 에메랄드 보석빛으로 반짝이는 벌레 한 마리가
연한 풀잎 줄기를 안고 오르락내리락한다 하거나 말거나
본채만 체할 일이지 또 붙어서서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느라
걸음이 또 멈췄다 끝내 벌레의 하행으로 모습을 감추는 걸 확인하곤
다시 걷는데 가슴이 뛴다 잘 못 하다간 또 가둬질지 모른다
우선 나가고 보자 그리고 항상 열려있는 공원으로 옮겨갔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까지 운동을하고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죽음도 목격하고
나비의 날개도 보고 에메랄드빛 곤충도 봤다
사람이 뭔가 이런 곤충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잠시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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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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