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시인 14집



한솥밥
사십 해를 넘어 먹으니
밥통에 밥이 떨어져도
밥이 없네 하지 않고
밥을 짓네
밥 없으면 라면 먹지
쌀은 세 공기만도 하루 충분
검정콩은 왜 빠뜨려
물은 또 이렇게 죽밥을 만들었어
누가 밥하라고 했나
탓하지 않은 것은
밥 짓는 것이라도 익혀둬야
덜렁 남겨지는 날 써먹을 게 아닌가
앞으로 밥 짓는 일에 대해
잔소린 내려놓았지 싶어
저 남자
한솥밥 오래 먹더니 철났지 싶어.
샛길
열린 코를 단속하며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멀리서 한 사람이 온다
서로 엇갈려 갈 참
벽 쪽으로 붙어가다가 멈칫
내가 잘못 봤나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둘러보니
나풀나풀 오던 사람이
차도 한가운데로 가고 있네
아니 어느새 그 길 갔어
횡단보도를 지나친 것도 아니고
내가 헛것을 봤나
갑자기 소름이 돋아
발걸음 뚝 끊어져 우뚝 서 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살펴보니
차도 보도 경계 펜스에 틈이
이건 아는 사람만 빠지는
무단횡단의 주범
땅, 땅, 땅, 주먹 망치 쳐
널리 사용을 금하는 바입니다.

2021년도 이렇게 넘어간다
코로나가 두 해를 가뒀지만 시 창작까지는
못 가둬 시인으로써 한 해 흔적을 기록하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