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 홍영수
햇살에 걸린 은빛 파도로
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
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
손금 지워진 어부처럼
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깻돌, 콩돌, 몽돌이 되어
알몸 맨살 버무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물무늬로 미끈거릴까.
평생 누워 참선하면서
바다 소리 공양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잘 익은 득음을 했기에
수평선 너머 태풍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무한 고통의 탯줄을 끊은
저 작은 생명력, 그 앞에선
파도마저 차마 소리 죽여 왔다 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잘 마모되어 간다는 것.
얼마나 더 마모되어야
내 안에 몽돌 하나 키울 수 있을까
홍영수ㆍ부천의 시인
*아래 사진은 최주철
작가님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몽돌 브라더스>
벽화와 캘릭터 작품입니다.
**페이스 북 친구인 박영봉님의 페이지에서 모셔왔습니다.**
홍 시인의 "몽돌" 시를 읽고 이 돌이 다시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