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주민증을 철거하며

by 들국화 posted Feb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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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주민증을 철거하며 


천국 입성증 

성명 탁윤애
본적 경남 남해군 남면 우형리 
현주소 천국 
입국일 2020년 7월 24일 당 96세 

이 사람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천국 백성으로 전입됐음을 널리 선포 함 

하늘 국장인 ♡ 


하늘나라로 이사한 울엄니 

구십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시흥 연꽃공원 산보가서 

친구를 좋아한 울엄마
귀는 한밤중이면서 어디로 자꾸만 가
탁윤애 명찰에다 딸 전화번호를 찍어
옷마다 달았다 덕분에 어디 길을 잃었을 때
몇 번을 찾아오는 효험을 봤지
한 번은 새벽에 전화가 와
깜짝 놀라기도 했던 일이 있었는데
화장실 간다고 문밖으로 나갔다가 넘어져
119 대원들이 모시고 온 일도 있었지
그 나이에 한글도 척척 읽어 참 똑똑한 할머니라고
소문이 났지만 귀가  한밤중이라
자꾸만 삼천포로 빠지는 대답 울엄니 그래도
참 착하게 살고가셨지, 보고 싶다 울 엄니

이사한 지도 벌써 3년째가 되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후회(後悔) 

공원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울 엄니
물 마시다가 목매 말도 못하고

엄마 엄마 눈 떠, 눈 좀 떠봐!
눈꺼풀을 잡아 흔들어도
눈 한 번 더 못 떠주고 갈 것을

침 흘린다고 인제 그만 죽었삐라
손 떨어서 엎은 물그릇인 것을
마구 쥐어박고 때려줘 피나게 했던
울 엄마 입술

인제 와서 가슴 치며
못돼먹은 딸이라고 백번 후회해본들
되돌아올 엄마가 아니지

** 내일은 어버이날
평생을 딸내미 밥걱정만 하다
세 해 전 이 세상 여행 떠나신 울 엄마
또 후회하며 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