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각
무척이나 농을 잘했던 친구
방송대학 졸업장은 "4년 하면 졸업장,
5년 10년 하면 수료증을 받는다"
나는 이 말을 믿었다 제나 나나 늦깎이 학생이면서
강의 요점을 놓치라치면, 눈치 빠르게 달려와 알려줬고
나는 귀가 잘 안 들린다 했을 땐 자긴 눈이 잘 안 보인다고
동질로 위로해줘 마음 편했던 동갑내기
문학동아리 모임에 오면 쐐주만 퍼마셔
몸에 안 좋은 술 좀 작작 이 마셔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은 왜 퍼마시냐면,
술이나 한 번 사고 그런 말 하라던 장난꾸러기 할배
문학 동아리 모임 회원이 글은 안 쓰고 술만 먹어,
지적할 때면 자기는 술 먹으려 온다고 하던 술꾼
내가 젤 싫은 술을 먹고는 쓱쓱 그어
건네준 그림,
내 1집 나오면 선물 사주겠다던 약속도 안 지키고 떠났어
속에 병을 키우면서도 술술 그놈의 술에 잡혀간
이 친구 부고 받던 날
시집 한 권 가져다 영정 앞에 놓으며 친구야!
1집 나왔어! 선물은 언제 사줄 건데
자네가 그려준 내 얼굴 책 표지 뒷면에 실었어
그리고 이건 처음이고 마지막 술값이야
긴 여행길에 지칠 때면 주막에 들러
쐐주나 한잔하라고, 봉투 한 장을 놓고 왔는데,
이 친구 아직도 가고 있는지
가다가 술에 취해 잠들지나 않았는지 궁금하네.
스마트폰은 뒀다 언제 어디에 쓰려고
연락 한번 안 줘 궁금하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