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식탁의 농담 ㅡ
박상조
이 뜨거운 저녁 식탁의 말들을 차려본다
여보 숟가락 좀 놓아주실래요
그래 당신과 나는 늘 말했었지
우리 언젠가는 새들이 날아간 노을쯤이면
내가 당신보다 딱, 하루만 더 일찍 가달라는 부탁
간혹 우린 그렇게 잘 익어간 세월들과
잘 스며든 둘만의 명랑한 말들을 차려놓고서
사랑 한다는 신파적 소름도 익힌 지 오래
날마다 착착 달라붙는 입맛처럼
이 곰살스런 한마디의 농담에도 식탁은 평온하고
오늘도 이 가난한 하루가
한줌의 이삭처럼 늘 하늘에 감사하다고
서로가 두 손을 꼬옥 모은 채 성호를 긋는
만약 우리가 세월이 흘러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외롭게 남아질
또 하나의 서러운 식탁을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사랑하는 이여 외로운 것은 현실에 있고
그보다 더 무서운 고통은
세상 밖에서 그 외로움을 지켜보는 일
그러니 세월,
우리 일몰의 엇갈림일랑 행운이라 생각하자
저기 항구를 돌아서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물을 닦아대는 뱃고동처럼
영원한 인연을 위해선 독한 이별 앞에서도
입술을 떨지말고 농담처럼 행복하자.
** 페북에서 모셨음 **
미사여구 쓰지 않아도 아름다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