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어느 금요일 오후

by 들국화 posted Jun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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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어느 금요일 오후 

호수는 물빛을 치올려 동그라미를 그리고 

해는 넘어가는데 

우리 세 식구 모처럼 편안한 저녁 식사를 냉면으로 했다
한참 먹다가 인증샷 한 장 남겼는데 음식이 안 이쁘다

2020년 7월
엄마 저 나라로 이사하고
코로나 핑계 삼아 눌러앉았다가
삼 년 햇수를 넘기고 교회에 갔더니
머리를 숙이자마자 눈물이 나네

그때야 찬양이 마음에 들어오고
주님, 주님을 부르면서 이 얼마만의 은혜의 눈물이나
감사하기도 하고 그동안 멈춰있던 설움 같은 것들이
가슴을 쓸어내려 익숙했던 기도가 다소 어색하였지만
무거운 짐을 푼 듯 시원하기도 했다

움직이기 싫고, 나가기 싫어 다음, 다음에 가지
미려 뒀던 지난 3년을 겨우 일으켜
아들의 팔뚝을 잡고 홈플러스
시장에 들러 옷도 사고 냉면도 먹고
내친김에 호수공원 한 바퀴 돌아 집에 오려니 금요일이라
교회나 들렀다 갈까 하여
간 것인데 이것이 우연한 내 생각만은 아니었네

느림 걸음에 아들 손에 끌려 호수 반 바퀴
쫓기다시피 석양 한 방 찍는 여유도 없이 돌아오는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은혜였네

말씀도 찬양곡도 뒤죽박죽 들리나
수십 년 불렀던 흔적이 조금씩 끌려 나와
나는 다시 일어나 부르리라 힘줘 부르리라
다짐한 금요일 오후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