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 박상조 詩
모두가 잠든 새벽
엄마는 뒷산 주인집에서 묻어 놓은
병든 돼지 새끼를 몰래 파냈다
그리곤, 몇 시간을 그렇게
콩알만 한 심장으로
칠흑 같은 가난을 삶았으리라
동네가 눈을 뜨기 전
어둑한 셋방의 장물은 해치워지고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잠이 들었다
어느덧 세월도 그렇게
장례장은 코로나로 오일장이 되어버렸고
수육을 몇 근이나 더 내어야만 했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삶아 낸
뜨거운 인사,
돌 같은 고기 한 점이 목구멍을
꽉 막고 꺽꺽 우는데.
박상조 시인은 페북 친구다
박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푹 빠져들어 가슴이 아픈 것이
화자가 내 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나로선
이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데
배고픈 자식들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 했으리
우리 어머니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았었지
먹을 것은 없고 배는 고파도 아이들 챙겨주고 돌아서
당신은 찬물만 벌떡벌떡 마셨다지 그리고
엄마는 많이 먹어 배부르다 거짓말도
밥 먹듯이 했었다지 않는가?
지금은 대부분 하늘나라로 이사들 하셨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3년 전 저세상으로 간 엄마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