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2023.07.19 00:51

도굴 / 박상조 詩

조회 수 7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도굴 / 박상조 詩 

모두가 잠든 새벽
엄마는 뒷산 주인집에서 묻어 놓은
병든 돼지 새끼를 몰래 파냈다
그리곤, 몇 시간을 그렇게
콩알만 한 심장으로
칠흑 같은 가난을 삶았으리라
동네가 눈을 뜨기 전
어둑한 셋방의 장물은 해치워지고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잠이 들었다
어느덧 세월도 그렇게
장례장은 코로나로 오일장이 되어버렸고
수육을 몇 근이나 더 내어야만 했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삶아 낸
뜨거운 인사,
돌 같은 고기 한 점이 목구멍을
꽉 막고 꺽꺽 우는데.


박상조 시인은 페북 친구다
박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푹 빠져들어 가슴이 아픈 것이
화자가 내 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나로선
이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데
배고픈 자식들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 했으리
우리 어머니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았었지

먹을 것은 없고 배는 고파도 아이들 챙겨주고 돌아서
당신은 찬물만 벌떡벌떡 마셨다지 그리고
엄마는 많이 먹어 배부르다 거짓말도
밥 먹듯이 했었다지 않는가?

지금은 대부분 하늘나라로 이사들 하셨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3년 전 저세상으로 간 엄마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날씨 흐려도 꽃은 웃는다 / 김옥순 1집 속이 비어서일까? 속이 차서일까? 들국화 2023.01.07 55
27 자연의 벌레가 더 신성하다 들국화 2023.01.11 59
26 길갓집 / 김옥순 길갓집 / 김옥순 11월의 정류장 121쪽 들국화 2023.01.11 24
25 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해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 들국화 2023.01.22 105
24 식탁의 농담 / 박상조 1 들국화 2023.01.27 113
23 프로출근러 / 이재훈 시 프로출근러 / 이재훈 시 출근을 한다는 건 가장의 무게를 다시 짊어지는 것 퇴근을 한다는 건 가장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것 부천에서 구로 구로에서 병점 24개... 1 들국화 2023.01.31 109
22 삶도, 사람도 동사다 / 이성복 (무한화서) 들국화 2023.02.21 104
21 부엌-상자들/이경림 들국화 2023.05.29 37
20 바람의 냄새/윤의섭 시와해설 들국화 2023.06.21 56
» 도굴 / 박상조 詩 도굴 / 박상조 詩 모두가 잠든 새벽 엄마는 뒷산 주인집에서 묻어 놓은 병든 돼지 새끼를 몰래 파냈다 그리곤, 몇 시간을 그렇게 콩알만 한 심장으로 칠흑 같은 ... 1 들국화 2023.07.19 72
18 퀵서비스/장경린 들국화 2023.09.14 28
17 고분에서, 오태환 시 고분에서/오태환 어느 손手이 와서 선사시대 고분 안에 부장附葬된 깨진 진흙항아리나 청동세발솥의 표면에 새겨진 글씨들을 닦아 내듯이 가만가만 흙먼지를 털고... 들국화 2023.10.23 32
16 별 멍청이네 집 / 김남권시 1 들국화 2023.11.25 68
15 미소 / 구미정 시 미소 / 구미정 내 첫 시집 축하 파티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챙겨줬던 고 구정혜 시인, 구미정 시에 공감 추억해 봤습니다. 1 들국화 2023.12.09 42
14 엄마생각 / 권영하 ** 페이스북에서 모심** 들국화 2024.01.05 31
13 꼬깃꼬깃한 저녁 / 박상조 ㅡ 꼬깃꼬깃한 저녁 ㅡ / 박상조 복직을 기다리던 날도 벌써 오래 고향에서 홀로 사는 친구가 항암 치료차 들렀다 가는 길이라고 했다 바싹 마르고 핼쑥해 보이는... 1 들국화 2024.01.10 60
12 사람 팔자 알 수 있나 / 이강흥 1 들국화 2024.02.12 48
11 틈 / 박상조 ㅡ 틈 ㅡ 박상조 어쩌면 우주 한쪽이 조금 벌어진 말 세상 밖에선 그저 실금이라고 어차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저 컴컴한 틈으로 꽃잎 한 장 떨어진다고 무슨 큰... 1 들국화 2024.03.08 46
10 자화상 / 서정주 (박수호 시 창작 카페서) 1 들국화 2024.03.19 43
9 이월 二月 이월 二月 겨우 이틀이거나 많아야 사흘 모자랄 뿐인데도 이월은 가난한 집 막내딸 같이 쑥스러운 달이다 입춘을 보듬고 있다 해도 겨울이 끝난 것도 아니고 봄이... 들국화 2024.03.31 2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