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그늘 아래서
책 밥이 635쪽이다. 작가회원 137명이
엮어낸 부천시 승격 50주년 기념 특집으로
부천시장 조용익 시장의 축하 격려사가 있고
많은 수상자의 소감문, 수필, 소설, 동화,
시, 내 시 3편도 수록된 부천 작가 23집이다. ^^
후회(後悔)
공원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울 엄니
물 마시다가 목매어 말 도 못하고
엄마 엄마 눈 떠, 눈 좀 떠봐!
눈꺼풀을 잡아 흔들어도
눈 한 번 더 못 떠주고 갈 것을
침 흘린다고 인제 그만 죽었삐라
손 떨어 엎은 물그릇인 것을
마구 쥐어박아 피나게 했던
울 엄마 입술
인제 와서 가슴 치며
못돼먹은 딸년이라고 백 번
뉘우치고 땅을 치고 아파해 본들
돌아올 엄마가 아니지.
2월의 봄
"부쩍 날씨가 추워졌네요
여기서 천천히 마음 녹이고 가세요"
세상은 온통
비대면 비대면만 하라는데
천천히 마음 녹이고 가라는
버스정류장 온열 의자
봄이 별거든가
의자 속 한 줄 글처럼
마음 따뜻해지면 이것이 봄이지.
마지막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고
운전할 일은 없을 것이나
코로나19 자가 격리
삼 년 겨울을 보내고 보니
구만리 같았던 생의 길이
구십 리 앞으로 훌쩍 넘어와
갱신으로 기어를 바꿨다
어긴 기한은 과태료로 회복했지만
사진이 너무 젊다
시력이 미달이네요
서류 보충하느라 병원비 허비하고
맘고생까지 곁들여 시험장으로 갔는데
저쪽 가서 청력검사하고 오세요!
브레이크 힘껏 밟고 8초간
액셀 밟아보세요
내 나이 사십 대
칠전팔기로 취득한 운전면허증
주민증 대용으로 내밀고도 으쓱
삼십 년 운전 경력자를
불과 몇 분에
초보운전자로 전락 후 경신 통과란다
내 인생 칠십 퍼센트를 날리고도
운전면허만큼은 칠전팔기
갱신하여 마음만이라도 쌩쌩
팔팔하게 살기도 만만치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