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멍청이네 집 / 김남권시
별다방에는 진짜 별이 없다
대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고
긴 머리 여자의 머리위에 별을 붙여놓고
커피를 파는 미국 가게엔 스타는 없고 벅수만 있다
물 건너온 시커먼 구정물 한 대접에 오천 오백원,
물은 한강물인데 물 값은 미국애들이 챙겨간다
비싼 건물주만 찾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고 가는
길목에, 오천 년 동안 속이 하얗던 사람들에게
속이 까매져야 미국 애들처럼 일류가 될 수 있다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별 볼일 없는 별꼴을 팔고 있다
별다방 이층엔 혹시나 별 부스러기라도
주우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눌러 앉아
구정물을 마시거나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책을 보거나 간식을 먹고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길 건너엔
젊은 남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온 여자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김남권, 시집 "천년의 바람" / 2023 PS기획시선 -
*벅수,는 장승을 뜻하기도 하지만, 일부 지방에선 멍청이로 부르기도한단다.
이 시는 재미있어 페이스북 친구인 고경숙 시인이 올린글에서 모셔옴*
커피를 구정물로 뒤집어 버리는 참 통쾌한 이런 시어
별이란 하늘에 뜨는 별도 있지만, 벼슬의 최고급을 별로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별은
하늘의 별도 장군급의 별도 아닌
어중 제비 할 일 없는 논다니를 일러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다방의 간판인 별은 빼고
모두 역설로 비꼬는 시어가 재밌다.
아! 나는 어찌 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