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손병걸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고 살아왔다
시력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두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
그즈음 나는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배웠다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열 개의 눈동자를 떴다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손병걸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그즈음 나는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 ‘I’ve Got Ten Eyes’ Poet : Son Byeong Geol
After my eyes dwindled away
It was around that time
Just a light touch and they bright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