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二月
겨우 이틀이거나 많아야 사흘 모자랄 뿐인데도
이월은 가난한 집 막내딸 같이 쑥스러운 달이다
입춘을 보듬고 있다 해도
겨울이 끝난 것도 아니고 봄이 시작된 것도 아니어서
이월은 괜이 민망한 달이다
한 학년이 마무리되는 달인데도
언제나 새 학년의 벅찬 기대에 끌리고
새해 첫 달의 바로 뒤에 매달려
제대로 얼굴 한 번 내새우기도 그렇고
봄을 끌고 오는 삼월의 소리에 눌러
이상한 주눅으로 얼굴이 빨게지는 이월
더러는 별 볼일 없이 그냥 지나치는 간이역 같은 달
특별한 것이라고는 없어 특별하지 못한 그런 달
깊은 숨이라도 내쉬면 금방 날아 가버릴 것같이 허약한 달
어쩌다 설날이라도 끼어 있어야
그야말로 어깨 한 번 펴고 우쭐대보는 달
그런다고 누구 하나 나서서 챙겨주지도 않아
혼자 끙끙대며 앓는 겨울밤 어머니 같은 달
그래서 미안하고 죄송해 매운 눈물 울컥 맺히는 달
가다가 매운 눈이라도 푸짐하게 내려야
인사치레라도 아쉬움을 달래며 총 총 떠나는 이월.
** 이 시는 문학매거진 시마 18호 신작 시 당선 시이다
이월의 마음을 이렇게 잘 대변해 준 매력적인 시라
옮겨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