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쓰는 부천詩 동아리 네 번째 시집
서쪽 창에 해 들면
온종일 침침했던 방이
금시로 밝아지며 들썩이지
동네 작두 장군네 골목길 담쟁이가
까맣게 혈맥을 그은 감나무
반쪽 까치밥은 잘 달려있나
골목길을 조금 벗어나
학교 운동장 옆구리를
니은 자로 감싼 산책길엔
한껏 멋을 부린 은행잎이
뱅글뱅글
부채춤을 출 것인데
바람이 장난치기 전
얼른 나가봐야 해 하면서도
뭉그적뭉그적 해만 보내는
서쪽 창안
마음만 바쁜 느림보 만추인.
내가 살고 싶은 집
하늘을 뚫을 듯 층 높은
아파트도 아니고
걸어서 올라가는 계단
키 낮은 집도 아닌
7월이면
나지막한 울타리에
호박꽃이 피고
상추 열무 흙 내음
향기로운 남새밭
그 옆으로
돌배나무 한 그루
떡하니 힘주고 선
도심 속
마당 넓은 집이랍니다.
먼산바라기 겨울나무
계절에 떠밀려
깡그리 벗겨진 몸
떨리지 않으려
흙 한 줌 움켜줘 꽉 오그린
나무뿌리를 보며
겨울을 난다는 건
너 나 다
오그려지게 추운 것이지
주변 모든 것 끌어다 다독
다독거리며 견디자
잘 견뎠다 새봄 맞이하자.
주인 잃은 모자
팔십 생일상 아들네서 받고
내 집으로 와
십육 년을 동고동락한 장신구
주인은 기약도 없이
먼 여행 떠나고
공병 속 바람처럼 헛헛해
영정 사진
머리맡에 씌워 걸었다
이 세상 여행 떠난 지
석 삼 년의 해가 저물어도
돌아올 줄 모르는 울 어매
두고두고 마주 보며
그리움이나 달래려고.
바람이 붙인 계급장
이곳은 ㅇ ㅇ라 쓴
표지석 이마에 붙인
검붉은 단풍 나뭇잎이
어느 장군님의 모자에
붙인 별처럼 빛나
충성! 구령 치듯
거수경례를 붙였다
바람은 예술가
표지석에 별을 붙이니
금시로 차렷, 경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돌 장군 앞에
졸병이 거수경례를 붙이지
** 이상 5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