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꼈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시는 시적 대상은 새로운 바라보기가 중요하다. 시인들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해 고민한다
어떻게 바라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다.
위의 시 "수천만 년 말을 가두고 /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오, 저렇게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눈과 감옥은 불일치함 속에서 오는 새로움으로 물기를 끼얹는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시적 대상에 대한 접근 방법과 표현의 효율성은 통상적인 관념을 버리는 데서 온다.
현대 시창작 (이지엽) 118쪽